님 안녕하세요. 양입니다.
오랜만에 이 뉴스레터에 큰 무게감을 느낍니다. 오늘따라 글을 써 내려가는 손가락이 무겁습니다.
정보가 넘쳐 흘러서 피로해진 시대에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편지 형태의(일기장에 가까운) 뉴스레터를 보내자는 생각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편지'다보니 답장을 받게 되는데 그 답장들이 쌓이고 쌓여 100통이 됐네요. 제가 보낸 편지는 이제 겨우 30통 인데요. (정보 : 실제로 편지가 무거워지고 있다.)
꿈보다는 해몽이라고 해야 할지, 선무당이 사람을 잡는다고 해야 할지... 보잘것없는 제 글을 보고 무언가를 느끼신 구독자분들이 종종 답장을 보내주십니다. 마치 아무런 책임감 없는 신문 한 켠에 깨알 같은 글씨로 적힌 사주팔자 오늘의 운세가 아주 우연하게 들어맞은 것처럼 누군가는 이 편지가 좋은 생각거리가 되는 걸 보면 한결 마음이 편함과 동시에 아주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이럴 땐 역시 질문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내 마음은 왜 무거운가?' '가벼운 마음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고민이 내 마음의 무게를 정하는가?' '글을 쓰는 내 마음은 어때야 하는가?' 아 오랜만에 머리에 쥐가나네요. 무겁든 가볍든 그냥 글을 써! 하고 결론이 날 수도 있겠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들은 항상 의미있고 가치있고 좋은 일이긴 어려울겁니다. 해야만 해서 그냥 하는 일 일수도 있겠죠. 양의 편지도 아무런 의미가 없으면서도 매우 큰(?)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신문 구독자가 '오늘 실린 오늘의 운세 때문에 제 하루가 망가졌습니다. 책임지세요.' 라고 마음의 소리를 보내도 내일 신문에는 또 오늘의 운세가 적혀 있는 것처럼 양의 편지도 매주 그렇게 쌓여 갑니다.
써주시는 답장들 덕분에 힘을 받습니다. 고맙습니다. 그 힘은 제가 글을 계속 쓸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더 좋은 글을 써야겠다는 압박감으로 돌아오기도 합니다. 어찌 되었건 답장은 항상 짜릿하고 좋아요. 재밌고요 ㅎㅎ 최근 큰 근심걱정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는데 그러면 안 될 것 같습니다. 힘내서 글을 배설해야죠. 그래야 답장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다시 한번 답장 항상 고맙습니다.
님. 오늘의 운세는 '오늘만 참으면 주말이다.' 입니다.
양 드림.
Ps
무슨말인지 하나도 알아듣지 못하는 브라질어 가사인데도 들으면 가슴이 벅찬 것이 좋은 곡임에 틀림 없습니다. 스티비 원더 형님의 기깔나는 하모니카 소리는 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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