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은 어떤 성격인가요?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나요? 요즘은 MBTI가 많은 사람이 공유하고 이해하고 있는 상식처럼 아주 보편화 되어서 엔프피(ENFP)니 머시기니 쉽게 대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러모로 MBTI가 주는 편리함이 있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들끼리 빠르게 성격을 이해하는데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 만, 심리학계에서는 인정하지 않는 성격검사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수천 수만가지의 각기다른 사람의 성격을 16가지의 유형으로 분류한다는 것입니다. 아주 오묘하고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의 성격을 '엔프피'의 특징 하나로 퉁 쳐서 이해하면 누군가를 굉장히 오해할 수 밖에 없겠죠. 특히나 MBTI를 재미 이상으로 맹신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문제는 심각해집니다. (ex. 인프피는 일단 걸러!)
그럼 내 성격은 도대체 뭘까요. 여기서 제가 좋아하는 질문을 하나 던저볼까합니다.
'10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같은 나인가?'
아마 이 뉴스레터의 진성 구독자라면 몇번 들어봤을 질문일 수도 있겠습니다. 제가 이 질문을 처음 만났을 때는 질문에 답을 하면 안된다는 룰이 있었기 때문에 항상 마음속으로만 답을 해왔는데요. 지금 굳이 마음속의 답을 하자면 '아니요' 라는 답을 할 수 있겠습니다. 아마 그 누구도 쉽게 '예'라고 대답하기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변했습니다. (오빠 변했어) 10년전이면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어린양'인데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와 말하는 방식도 생각하는 방법도 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지금과 너무나 다릅니다. 심지어 지금의 양과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다른 '나'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반대로 질문을 해봅니다.
'10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해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그건 뭘까?'
아마 이 질문에 차분히 생각하고 답을 내리다 보면 몇개의 단어들이 떠오르실 겁니다. 착하다 게으르다 예민하다 따듯하다 정의롭다 등등, 10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을 한번 정리해보세요. 정리한 것을 살펴봤을 때 나의 타고난 기질을 포함해서 나에게서 지속적으로 발견되는 변하지 않는 패턴을 '성격'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정신역동 분야에서는 '방어기제'가 지속적인 패턴으로 나타나는 것을 성격이라고 하고 행동심리학에서는 지속적으로 하는 '행동'을, 인지심리학에서는 지속적으로 하는 '생각'을 성격이라고 정리합니다. 이 세가지 키워드로 좁혀서 생각해보시면 더 편할 거에요.
님은 무엇이 변했고, 무엇이 변하지 않았나요.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그것이 님의 성격에 가까운 무언가입니다. 착하다고요? 그럼 누군가에겐 호구일 수 있겠고, 게으르다고요? 그럼 아주 여유로운 사람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네요. 변하지 않은 그 무언가가 무엇이 됐든 문제 되지 않는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MBTI같은 인스턴트도 우리 인생에 필요합니다만, 진한 국밥 한그릇 처럼 깊게 고민한 음식도 필요한 법입니다. 한번 내 성격 내 본질에 대해 깊게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그럼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삶을 살아갈지 조금은 더 명확히 알 수 있지 않을까요. (누구나 다 그럴듯한 계획은 가지고 있다. 쳐 맞기 전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