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레터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양이 보내는 편지'가 딱 1년이 되었습니다. 2023년 6월 23일에 첫 메일을 보냈으니 양이 보내는 편지의 생일은 6/23 이네요. 공교롭게도 제 생일이 아주 가까운 날인 6/27 입니다. 하하하 물어보지 않으셨다고요? 하하하 이제는 둘 다 기억하거나 둘 다 까먹거나 둘 중 하나겠죠?
올해도 조촐히 생일이 지났습니다. 어렸을 때는 친구들을 잔뜩 집에 초대하거나, 생일을 핑계로 선물을 뜯어내거나, 술판을 벌이거나 했었는데 어느 시기를 기점으로 아주아주 조용하게 아무도 모르게 생일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각종 SNS에 저의 생일이 뜨지 않게 설정해두고 억지로 억지로 저의 생일을 캘린더에 저장해서 기억하지 않는 이상 알기 쉽지 않습니다. 가족들도 가끔 까먹는 때가 있을 정도입니다. 이번 생일도 가족 중에서 절반은 생일 축하를 해줬고 절반은 해주지 않았으니 말 다했죠 ㅎㅎ
어느 순간 부터 생일이 조금 이상하다고 느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왜 생일 축하한다고 안했어?' 같은 문장이 저에게 오면 많이 부담스러웠던 것 같고 어쩌다 누군가의 생일을 알게 되면 선물을... 꼭 해줘야하나 고민하게 되는 것도 싫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 나도 안할테니 너도 하지마 같은 마음이 자리 잡았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일을 비밀로(?) 해둔 초반에는 정말 정말 욕을 많이 먹었습니다. 6/28 - 6/29 즈음 되어서 왜 생일이라고 말 안했냐고 죽고싶냐는 협박과 홍대병 걸려서 생일을 숨기기 까지 하느냐 등 갖은 욕을 먹었죠. 한동안 생일 시즌이 되면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는 게 아니고 욕을 먹었습니다.
이렇게 한 10년 정도 욕먹으며 살다보니 이제 그들 중 몇몇이 기억해주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까 저에게 욕을 할 정도로 가까운 사람들에게만 축하를 받고 안부를 주고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마저도 어느 생일엔 하고 어느 생일엔 안 하고 뭐 지들 마음대로 입니다. 딱 그정도로 지나가는게 행복합니다. 가끔은 까먹고 그냥 지나가도 괜찮습니다. (나도 맨날 니네 생일 까먹는데 뭐...)
이게 제가 생각하는 생일입니다. 진짜 어쩌다가 기억이 나버려서 인사 한마디 하는 정도. 내 맘대로 주고 싶으면 주는 생일 선물. 그 누구도 부담을 느끼지 않는 1년 365일 중에 아무것도 아닌 날.
하이고... 그나저나 이 생일이라는 걸 잘 말하고 다니지 않는데 올해 생일은 여기에 글감으로 써버렸으니 유출(?)됐네요. 언제든 축하 해주시면 감사하게 받겠습니다 ㅎㅎ
양드림.
ps#1
동업자한테 오늘 욕 대차게 먹었습니다. 왜 생일이라고 말 안해줬냐고. 아니 내가 내 생일이라고 여기저기 말해줘야되나; 참나;
ps#2
생일은 낳아주신 분들에게만 감사 인사를 해도 충분. 어머니와는 연락을 했는데... 흠...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 심지어 통화도 했는데 생일 언급은 없으셨다 ㅎㅎ 괜차나~ 암파인~ 띵닝링링링~
ps#3
건강하라고 일침 놓아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ㅎㅎ 모두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