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날 처럼 가게에서 일을 하고 있던 때였습니다. 일요일에 소주집이라 손님이 한 놈, 아니 한 분도 없어서 조용히 할 일을 하고 있었는데, 웬 외국인 손님 두분이 오시더군요. 어색하게 영어로 앉아도 되냐고 묻기에 슈얼슈얼~ 와이낫~ 하고 영어 울렁증이 있는 저는 바로 동업자에게 토스했습니다.
그 둘은 자리에 앉아 소주와 맥주를 시켰습니다. 안주 하나 안시키고 정말 소주 한 병 맥주 한 병을 시키더니 섞어 마시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하더군요. 외국인 두 명이 소맥을 말아달라고라...
동업자가 친절하게 소주잔을 탁 겹치고 황금 비율을 알려주니 다음 잔 부터는 눈치 살살 보면서 알아서 말아 먹더라고요. (귀여워) 점프블루는 간판에 대문짝 만하게 SOJU & BEER 라고 쓰여져 있는데 그걸 보고 들어왔다고 합니다. 소주랑 맥주만 시킨 이유를 이제 알겠네요.
대화를 나누다보니 (한 3시간은 수다를 떤듯 합니다.) 그들은 이스라엘 사람들이었고 나이는 무려 21살... 무조건 나보다 형인줄 알았는데... (거울좀봐) 동업자와 저의 나이를 듣고 그들도 충격... 그 충격을 뒤로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공통점을 찾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군대... 이스라엘은 한국과 똑같은 징병제이기 때문에 군대 갔다가 전역하고 대학가기 전에 여행을 다니고 있다고 하더군요. 전역 후 대입 전에 여행을 길게 다녀오는 것이 이스라엘의 국룰이라고 합니다.
그 둘은 음악을 좋아한다고. 특히 재즈를요. 그래서 이런 저런 바를 소개시켜달라기에 기억을 더듬어 (요즘 재즈바나 리스닝바를 갈 여력이 없어서...) 몇 몇 소개를 해주고, 가게에서도 내가 좋아할 만한 음악을 좀 틀어주면 안되겠느냐기에 기깔나는 퀸시 존스와 허브 앨퍼트, 조지 밴슨 형님의 LP로 혼쭐을 내줬습니다.
그렇게 아무도 없는 가게에 국적이 다른 남자 네명이서 술과 음악으로 낭만을 채웠습니다. 서로 좋아하는 음악을 들려주다가, 이스라엘 1짱이 누구냐 함 틀어봐라 했더니 국민가수 TUNA를 소개해 줬습니다. (동원참치야 뭐야..)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랩을 하는데 너무 별로여서 ㅎㅎ.. 낫뱃이다 요녀석들아 해주고 웃어 넘기는데 낫뱃이면 굿이지? 라고 끝까지 되묻더라고요. 김치를 한사발 맥여줄걸 그랬나 ㅎㅎ..
위아더 월드를 하기엔 너무나도 멀었던 중동 문화... 그래도 그래도 꽤 즐겁고 신기한 자리였습니다.
양드림.
ps
한 20년 전에 레코드샵에서 ISRAEL 이라는 제목의 앨범을 발견하고 무심코 재생해서 들어봤습니다. 별 감흥 없이 트랙을 넘기다가 3번 트랙에서 클래식기타 사운드가 너무 좋아서 항상 기억하고 있었는데요. 이번에 그 앨범을 기억을 더듬어 찾으려니 제목이 너무 평이한 제목이라 찾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래도 의지의 한국인, 어찌 저찌 구글링해서 찾아냈습니다.
찾아냈지만 도저히 히브리어는 읽을 방도가 없기에 음원을 찾기는 어렵더군요... 라이브 버전을 찾긴 찾았지만 그 마저도 라이브 버전이라 20년 전 들었던 매혹적인 사운드는 없.... 혹시나 구독자 분들 중에 히브리어 고수가 있다면 연락 주십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