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마치고 현대인의 불멍인 유튜브를 보면서 아무 생각도 안 하던 어느 때에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의 힘이 저를 드라마 [나의 아저씨]로 데려갔습니다. 덕분에 아주 오랜만에 좋아하는 드라마를 명장면 모음. zip으로 보게 됐습니다.
뭐 이미 두어 번 정주행 한 드라마다 보니 어느 장면을 보아도 순식간에 몰입이 됐습니다. 역시 명작은 명작. 한동안 머릿속에서 [나의 아저씨]가 맴돌더군요. 한창 공사판에서 일하고 있는 저에게 위로의 말로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하라는 지인의 DM에 '밥 좀 사주죠?'라고 답할 뻔했을 정도입니다..
[나의 아저씨]에서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는 '아무것도 아니야'같은 덤덤한 대사로 전하는 '응원'이라고 생각합니다. '힘내라' '잘 될 거다' '내가 도와줄게' 이런 말들 보다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알아서 잘 이겨낼 수 있게 긍정해주는 것. 이것이야말로 드라마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모두 겉으론 어른이지만 힘든 일을 겪으면 속으론 어린아이가 됩니다. 그럴 때면 응원해 주는, 내 편이 되어주는 다른 어른이 필요합니다. 나이만 많은 그런 어른 말고요. 그 어른이 부모, 선배, 직장상사일 수도 있고 부하직원일 수도 친구일 수도 있고 학생일 수도 심지어는 내가 낳은 아들 딸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나를 응원 해주는 내 편이 되어주는 '아저씨(어른)'이 쌓이면 그때부터는 살아가는 힘이 생깁니다. 극 중에서 박동훈이 상처 많은 이지안에게 뱉은 대사처럼 죽었다 깨어나도 행복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는 겁니다. 나를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내가 불행하면 같이 불행해할 테니까요. 반대로 그런 박동훈에게 응원과 위로를 받은 이지안에게도 살아갈 힘과 용기가 생깁니다.
내가 힘을 내야 하고 행복해야 하는 이유를 내 안에서 찾는 것보다 다른 사람에게서 찾아내는 것. 서로가 서로에게 살아갈 이유가 되는 것. 그 모든 상호작용이 인간이라는 종의 기나긴 역사를 가능하게 하는 걸지도요.
그러니까 나를 위해 사는 것보다 남을 위해 사는 것이 훨씬 쉽다는 누군가의 말이 다시 한번 이해가 되는 밤입니다.
양드림.
ps
RAMP는 Roy Ayers Music Productions의 약자입니다. 로이 아저씨가 악기나 보컬로 참여하는 밴드는 아니고 프로듀싱하고 곡을 만들고 해주는 자식 같은 밴드죠. 그래서 로이 아저씨가 쓴 유명한 곡 <Everybody loves The Sunshine>이 그대로 쓰입니다. 다만 느린 템포와 더 말랑말랑한 사운드가 제 취향에 더 잘 맞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