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을 했습니다. 지난 학기 동안 여러 가지 채워야 하는 학점을 미리 채워뒀으니 마지막 학기인 만큼 정말 궁금하고 흥미로운 강의만 듣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매번 학기가 시작되면 설렘과 흥분으로 가득 차지만 이번 학기는 정말로 기대가 됩니다.
시간이 정말 빠르네요. 이번 학기를 마지막으로 저는 졸업을 하고 가방끈이 길어집니다. 여러 아쉬움과 섭섭함 그리고 이제 정말 끝이라는 후련함 등등. 마지막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사람에게 평소보다 격한 감상을 주는 것 같습니다. 그 마지막 학기라는 특수성을 넘어 감회가 더 깊어지는 것은 이 편지에 제가 입학할 때부터 마지막학기인 지금까지의 심경이 적혀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공간에서 내가 읊조려 놓은 이야기들. 그 수많은 감상과 감정들 중 첫 학기의 기록을 들춰보았습니다. 첫 학기의 감상은 '힘들다'였습니다. 저는 심리적으로 꽤 힘듦을 겪고 있었는데요. 첫 학기 당시 상담학과 심리학의 여러 개론들을 공부하면서 내가 왜 그렇게 힘들어하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되어 더 힘들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 편지에는 적지 않았던 첫 학기 첫 강의의 소감이 떠올랐습니다.
"우리는 모두 어떤 '역할'을 하기 위해 지쳐있고 자기 자신을 잃고 있는 것 같다. 누군가의 아들로 또 누군가의 엄마로 또 어디에선 상사로. 그 수많은 역할을 견디는 과정에서 종종 나를 잃는 것 같다. 누군가는 그렇게 잃어버린 '나'를 상담을 통해서 찾을 수도 있겠으나, 그 누가 되었건 진짜 '나'를 찾는 자기 자신과의 대화가 중요해 보인다."
들춰보면서 그동안 잊고 지냈던 좋아하는 음악들을 다시 만난 것도, 글을 통해 어설펐던 지난날의 '나'를 만나는 것도 꽤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로지 양을 위한 양에 의한 양의 기록을 매번 읽어주시는 구독자 여러분에게 감사함을 느낍니다. 앞으로 한동안은 학기 중이다 보니 심리학 이야기가 종종 등장하겠네요.
양드림.
ps
MFSB는 무려 Mother Father Sister Brother의 약자입니다. 밴드 이름이 왜 이 모양이냐고 물으신다면, 30명의 세션이 모인 스튜디오 밴드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의 엄마고 아빠고 누나이며 오빠인 사람들이 모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