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은 다들 잘 보내셨죠?
이번 추석은 아주 긴 연휴였는데요. 이럴 때 다시 일상으로 복귀해 빠르게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5일을 놀았는데 갑자기 일을 하라니 말도 안 되죠. 목요일 저녁, 과하다 싶을 정도로 거나하게 회식을 하는 회사원들이 이를 증명합니다. (점프블루에서 맥주 26병을 해치우신 한 손님 테이블을 치우며)
님은 어떠셨나요? 혹시 이번 추석 같은 긴 연휴가 없어도 길을 잃었다는 기분을 종종 느끼시나요?
저는 세상 사람 모두가 길을 잃는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어떻게든 제자리로 돌아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길을 잃어도 빠르게 제자리로 돌아갈 수도 있고, 누군가는 제자리가 어디인지도 모르는 상태일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불편한 지점이 생깁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경험하고 느낀 바로는 한국사회에서는 제자리라는 것을 '빨리' 찾아야 하고 그 제자리에서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것입니다. 특히나 한국사회는 제자리라는 것 자체가 없는 사람에 대한 걱정과 불편함을 쉽게 드러내고 나아가서는 혐오까지 일삼기도 하죠.
각자의 제자리는 무엇일까요. 어쩌면 평생 내가 제자리라고 생각했던 길도 인생의 마지막 즈음에 내 자리가 아니었구나 느낄 수도 있고, 누군가는 죽을 때 까지 제자리라는 개념이 일생에 없을 수도 있을겁니다.
다양한 삶의 모양이 있다는 걸 성숙하게 이해할 수 있는 사회를 꿈꿉니다.
한참 요상하게(?) 사느라 힘든 범인들을 항상 응원합니다.
이번주 목, 금 연차를 쓴 누군가의 용기를 격렬히 응원합니다.
양 드림.
ps
왜 캘리포니아에 왔는지 그루브 제대로 보여주면서 설명하는 리온 웨어 형님. 리온 형님과 함께 부른 여성보컬은 Janis Siegel라는 미국의 재즈 보컬입니다. 이 누님이 노래에서 보여주는 댐핑이나 그루브가 흑인음악에 참 제격이라는 감상입니다. 하지만 누님은 백인이셔요.. 이런 반전이 보일 때마다 음악이라는 매력에 빠져나올 수가 없습니다. 제자리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은 이렇게나 매력적인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