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은 왜그럴까?'에 대해 고민한 흔적들을 살피다보면 '진화심리학'도 만날 수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인간이라는 종의 생물학적인 특성을 두고 이해한다던가, 사람의 특정 행동의 이유를 유전적으로 분석해 과학적으로 증명하려고 하는 거죠.
진화심리학이 유효한 것은 각종 포비아에서도 입증됩니다. 인간은 위협이되는 각종 맹수들에 대한 두려움은 당연하고, 거미나 뱀, 쥐, 벌레 같은 작지만 치명적인 존재들을 두려워 하도록 진화해 왔습니다. 다만 인간은 이제 거미나 뱀에게 죽을 확률보다 자동차에 죽을 확률이 훨씬 높은데도 여전히 자동차보다 뱀을 무서워합니다. 문화의 발달이 진화의 속도를 훨씬 뛰어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겠네요.
같은 맥락으로 인간이 받는 스트레스의 주 원인은 상위 포식자나 질병에 의한 죽음이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긴장하게 되고 심장이 빨리 뛰고 각종 신경이 곤두서죠. 빠르게 도망치기 위해 몸을 회복하기 위해 이런 생물학적인 반응이 일어납니다.
하지만 인간은 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죽음도 정복하고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받는 주 원인이 전혀 다른 것으로 바뀌었죠. 일이 잘 안 풀린다던가 누군가와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던가 등, 죽음과는 거리가 먼 일들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그럼에도 인간은 여전히 스트레스를 받으면 심장이 뛰고, 식은땀이 납니다. 도망쳐야할 대상이 눈앞에 없는데도 말이죠.
또 다른 주제로 남자와 여자의 생각과 행동에 차이가 나는 이유를 진화심리학으로 설명이 가능합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입니다만, 인간이라는 종이 자연에서 생존했던 방법을 살펴보면 남자는 동물을 사냥해서 먹을 것을 구하는 보다 위험하고 힘을 쓰는 일을 하고, 여자는 아이를 낳아 기르며 살림을 하는 것으로 역할을 나누었습니다. 이 몇 백만년 전에 나뉜 성 역할로 현대의 인간을 다양한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남자가 여자를 볼 때 경제력보다는 외모, 그러니까 젊음과 아름다움(건강함)을 보는 이유는 진화론적으로 내 아이를 건강하게 낳아줄 여자를 본능적으로 선호하는 DNA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같은 논리로 여자가 남자를 볼 때 외모보다 경제력을 보는 이유는 우리 가족을 먹여살릴 힘이 있는 남자를 선호하는 DNA로 설명합니다.
남녀가 외도에 있어서 관점이 조금 다른 것도 진화심리학으로 설명이 가능합니다. 남자는 상대의 육체적 외도에 더 크게 반응하고 여자는 상대의 정신적 외도에 더 크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보통 남녀사이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남자는 '아무것도 안했어!' 라고 변명하고 여자는 '머리속으로 생각한 것 부터가 바람이야' 라고 반박하죠. (아이고 두야...)
원시시대의 남자는 자신이 목숨을 걸고 구해온 음식을 내 아내와 내 아이에게 주어야 합니다. 내 여자가 뱃속에 품은 아이가 내 아이인지 아닌지가 중요하고, 내 여자가 다른 남자랑 관계를 했는지 안했는지가 불안을 줄이는 중대한 문제죠. 그래서 남자는 상대가 다른 남자와 육체적 관계를 맺는 외도를 본능적으로 싫어하는 겁니다. (물론 여자도 싫겠죠. 다만 상대적으로...)
반면 원시시대 여자는 내 남자가 목숨걸고 구한 음식을 남의 집이 아닌 우리집으로 가져오는 것이 중요합니다. 애써 구한 음식을 다른 집 살림에 보태면 그것 만한 위험이 어딨을까요. 그래서 여자는 상대가 다른 여자에게 마음을 주는 것을 극도로 경계합니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여자들의 암투에 가까운 기싸움이 생기는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남자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여자의 여우짓을 여자들은 눈에 훤히 보이고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죠. 내 남자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훔치지 말라는 본능적인 행동입니다.
재밌는 해석들이지만 '인간이라는 종이 원래 그렇게 진화해 왔으니 남자가 젊고 예쁜 사람에게 끌려 육체적으로 외도를 해도 이해할 수 있다는 거냐!' 하고 반박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서 진화심리학에서의 핵심 전제는 '자연'이 곧 '당위'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자연에서 그러니까 몇 백만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쌓인 유전적 특성을 통해서 인간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려는 것이 핵심이지 유전적 특성을 통해 옳고 그름을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깁니다.
사람 마음을 이해하는데 심리학이 아닌 생물학적으로 이해하는 방식이 재밌지 않나요?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어보면 더 재밌는 이야기들이 있다는데 한 번 읽어봐야겠습니다.
양 드림.
ps
오늘은 오랜만에 늦은시간에 가게 마감을 했습니다. 요즘 스케쥴이 오픈조라 아침부터 늦은 점심까지만 일을 하거든요. 손님이 다 나가고 불을 끄고 좋아하는 노래 한 곡을 아주 크게 틀어놓고 잠시 감상했습니다. 옛날 옛적에는 스트레스가 높은 날에 어두운 동굴에서 모닥불을 피워두고 불멍을 때렸다고 합니다. 역시 음악은 너무 좋습니다. 혼자 살아도 살만 하겠다고 착각할 정도로 달콤한 외로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