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나를 혐오하는가?’라는 질문이 문득 떠오릅니다. 일정함 꾸준함 성실함 같은 사회의 미덕이 없는 나를 보며 신세 한탄을 한다든가, 거울을 보며 마음에 들지 않는 외모에 자신감을 잃는다든가 등. 우리는 종종 우리를 자책하고 또 미워하고 혐오합니다. 이 정도가 너무 심해 항상 자책감과 죄책감에 시달리고 자존감이 떨어진다면 그걸 '자기혐오'라고 하죠.
막연하고 지나치게 자신에게 관대한 것도 문제입니다. 나를 사랑하는 것은 분명 좋은 일입니다. 그 정도가 적당하다면 자신감 넘치고 자존감 높은 멋진 사람이 되겠죠. 하지만 나에게 일어나는 문제의 원인을 전부 외부로 돌리고, 주변의 성과는 전부 자신의 덕이라고 믿는 사람이 종종 있습니다. 우린 이걸 재수없다고 '자아도취'라고 합니다.
재밌는 것은 자기를 너무 미워하는 자기혐오도 자기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는 겁니다. 자신을 너무 사랑하는데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자신을 하찮게 여기는 과정에서 일어납니다.
그렇다면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뭘까요. 내 안의 나는 부정적인 면도 있고 긍정적인 면도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것. 그러면서 어느 한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완벽하지 않음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 잘한 일이 있다면 칭찬해주고 못한 일이 있다면 격려해주되 뭐든 적당 해야겠죠. 그게 어려운 거지만 말입니다.
그럼 반대로 남을 사랑하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겠다 싶습니다. 적당한 선에서 상대방을 사랑하고 그 사람의 단점도 너무 미워하지 않고 장점도 너무 사랑하지 않는 것.
님은 친구와 연인과 가족과 또 나와 어떤 사랑을 하고 있나요. 최근 어떤 문제가 있었다면 너무 미워하진 않았는지 너무 사랑하진 않았는지. 한번 생각해 보는 한 주 되시길 바랍니다.
양 드림.
ps
뭐 지나가다 이런말을 주워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아요. 오래 결혼생활한 부부에게 조언하는 말이었는데요. 남편이 너무 밉고, 아내가 너무 이해가 안간다면 곰곰히 생각해보시라고. 아마 남편의 그 미운 부분이 연애 때는 너무 좋았고, 아내의 그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예전엔 너무 사랑스러워서 그래서 결혼이라는 걸 할 수 있었을 거라고요.
미워해서 사랑하고, 사랑해서 미워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나의 마음도 상대방의 마음도 조금 이해가 가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