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푸드테크의 실리콘밸리'는 바로 이곳 Newsletter Issue 90 24 Sep, 2021 ∙ 1343 Subscribers 카페에 앉아 주문한 커피와 음식을 기다렸다. 층고가 높았다. 호우주의보라고 긴장했지만 창밖 풍경은 부슬비다. 운치가 돈다. 안정된다. 오랜만에 느끼는 편안함이다.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치아바타 불고기였나 그랬다. 나이프로 모퉁이를 자르니 피클이 보였다. 한입 물었다. 익숙한 맛이다. 어릴 적 먹었던 불고기 피자빵 맛과 비슷했다. 그 유사성에도 묘한 안도가 왔다. 젠체하며 조화를 고려 못 한 어쭙잖은 고급 식재료로 가격만 비싼 것보다 훨씬 낫다.
커피를 내리고 치아바타 불고기 빵을 만든 사람은 중년의 여성이었다. 홀로 주문과 주방을 맡고 있었다. 필요한 도구가 싱크대에 있자 얼른 세제로 거품을 내어 씻어 사용하는 모습이 엄마 같았다. 맞다, 그러고 보니 초등학생 시절 엄마가 식빵 위에 케첩과 치즈를 올려 피자빵을 많이 해줬었다. 도시락으로도 싸주곤 했다. 잊고 있던 기억이다.
챙겨 나온 책을 폈다. 박완서의 산문집이다. 노년 사유의 경쾌함과 솔직함이 써내려 진 글을 읽으니 눈도 마음도 편안해진다. 그러고보니 노인의 글은 오랜만이다. 최근 열정이 담긴 젊은 사람의 것만 읽어 왔던 것 같다. 나이가 많아 봐야 중년 정도였다. 노인의 에세이 더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고개를 드니 이제 제법 비가 온다. 저 너머 바다는 온몸으로 비를 다 받아내고 있었다. 폭풍이와도 바다는 받아낼 것이다. 바다를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도 이런 바다의 포용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카페 건물 8층에는 엄마 아빠가 쉬고 있다. 오전 일찍 내가 아직 자는 사이 주변을 둘러보고 아침도 먹고 왔단다. 덕분에 여행 중 홀로 늦은 아침을 먹는다. 혼자 있어도 외로운 감정이 오지 않는 건 마음이 연결된 사람이 곁에 있다는 믿음 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큐 season & work 1. Food by ClubComb ‘푸드테크의 실리콘밸리’는 바로 이곳 [Spain/Bilbao] 2. Music by 을지로 도시음악 그대여 안녕히 by 김트리오 3. Movie by 단편극장 한양빌라, 401호 4. Novel by 단편서점 다음 연재할 단편 소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5. Event by season & work 창업자 인터뷰, <상인의 시간> 청년 경제 강연, <나는 왜 돈이 없을까> ‘푸드테크의 실리콘밸리’는 바로 이곳 [Spain/Bilbao] 바로 comber 2021년 6월 15일~17일의 3일간, 스페인 북부 빌바오에서 제1회 <Food for Future(F4F)>가 대면 및 온라인으로 이루어졌다. 식량문제부터 환경문제, 푸드테크 관련을 다루는 이 국제회의는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5417명의 청강자, 온라인에서는 29개국에서 4911명이 등록했다. 회의장에는 여러 강연장을 마련했다. 테마는 배양육의 최신동향나 동물복지, 지속가능성 인증제도, 식품 제조 공정의 절전화나 식량 폐기물 처리, 패키징을 비롯해 플랜트 베이스의 최신 기술 등 다방면에 걸친 발표자가 349명이나 있었다. 주최는 공공기관과 민간의 협력으로 이루어져 스페인의 빌바오 시청이나 바스크 주정부, 민간기업이 함께 참여했다. 이번 국제회의는 바스크 주의 싱크탱크인 AZTI 및 조리뿐 아니라 테크놀로지 분야 전문가도 양성하는 바스크 컬리너리 센터(Basque Culinary Center), 유럽 공통의 기술연구소인 EIT 등 최신 기술연구를 견인하는 기관을 비롯해 이미 실적이 있는 푸드테크 기업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이달 바스크 주정부는 민관 공동 프로젝트인 ’The Global Food Ecosystem’도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는 애그리테크(agritech), 푸드테크(foodtech), 가스트로노미테크(gastronomytech) 분야에서의 스타트업과 연구자를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지금까지 실시하고 있던 주정부로서의 SDGs 추진에도 코로나19를 계기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공업, 제조업의 역사도 있는 빌바오가 푸드관련 무브먼트의 중심지가 될 것 같다. 콤버노트 스페인 바스크 주는 지난 2020년 10월, 요리학회 산 세바스티앙 가스트로노미카(San Sebastián Gastronomika)가 첫 온라인 개최임에도 불구하고 지상파 TV 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구성과 영상 기술을 보여준 바 있다. 이 ‘미식의 성지’가 코로나19로 인해 큰 타격을 입은 것임에는 변함이 없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비전을 창조하고 제시하고 있다. 바스크 주가 ‘미식의 성지’로부터 ‘푸드테크의 실리콘밸리’를 지향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대여 안녕히 by 김트리오 양의 아주 아주 주관적인 감상
나는 관계에 대해서 아주아주 미련 없는 타입이 되어버렸다. (이게 갑자기 무슨 자다가 봉창 뚜둘기는 소리냐) 소싯적 몇몇 관계에 대해 아주 회의감을 느낄 때가 있었는데, 그때를 기점으로 내가 누구와도 관계하고 있지 않는 고립된 사람이 되어도 괜찮다는 극단적인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수많은 관계를 두고 ‘이 관계를
어떻게 길게 유지할까?’를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내가
노력하는 것은 관계를 통해 내가 아주 행복해지려고 노력한다. 그와 동시에
상대방의 행복을 열심히 응원해준다. 그 결과 내 주변 관계가 아주 편안하게 바뀌었는데, 내가 보고 싶은 사람만 보고 나를 보고 싶어하는 사람만 만나게 되었다. 아주 이상한 경험이다. 관계에
목을 메고 막 인싸가 되려고 하고 얘도 친구 쟤도 친구 ‘위아더월드’를 꿈꾸던 시절보다 지금이 훨-씬 좋다. 가지려고 애쓸 때보다 가지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많은 친구가 쌓였다. 물론 아쉽게 떠나간 친구들도 많지만 그들은 그들의 행복을 찾아 떠난 것 아니겠는가. 그 행복들을 응원한다. 마침 오늘 먼 길을 떠나가는 친구가 있다. 알고 지낸 지 따악 1년된 친구인데, 관계에 미련이 없는 나같은 존재도 조금 헤어짐이 아쉬울 정도로 정이 많이 쌓였다. 아주 멀리 떨어져 있어도 각자가 행복하면 그걸로 오케이 아닐까. 나는 아주 행복하게 지낼테니 그대도 아주 행복하기를 바랄 뿐이다. 그대여 안녕히! 몽글몽글한 Ep사운드와
강렬한 신스 사운드가 너무 좋다. 베이스라인이
너무 훌륭해서 1980년 한국에 이런 노래가 있었다고 이마를 탁치고 무릎을 탁치고 부…. 아니 어쨌든 훌륭하다는 말이다. 드럼 필인도
아주 좋은 포인트가 되어주고, 저어 멀리
받쳐주는 일렉기타 소리도 너무 반갑다. 양의 아주 아주 짧은 인스턴트 지식 김트리오는 1979년에 결성한
3인조 그룹이다. 김파/김단/김선 삼남매가 구성원이어서 김트리오다. 아버지는 트럼펫 연주자로 유명했던 베니 김. 어머니는 ‘단장의 미아리고개’를 히트시킨 가수 이해연.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난 삼남매가 디스코 펑크 밴드로 탄생한 것. 무대에서는 김파가 드럼을, 김단이
기타를, 김선이 건반을 담당했다. 미8군에서 트럼펫으로 활동하던 아버지 덕이었는지, 1973년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미국에서
삼남매는 학업 이외에도 악기를 열심히 배웠는데, 김파는
기타, 베이스, 드럼, 트럼펫, 트럼본, 피아노, 타악기
전반을 김단은 기타, 베이스, 드럼, 트럼펫을 김선은 피아노 오르간 무그, 드럼, 플루트, 드럼펫
등을 배웠다. 이렇게 미국 본토에서 음악을 배우고 한국으로 상륙해 1집 <연안부두>를 히트시킨다. (무슨 인천상륙작전
같네 지금보니::) 1977년 개봉한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를 통해 전 세계에서 디스코의 시대가 열렸다. 비지스(Bee Gees)의 음악은
발표하는 족족 빌보드 넘버원을 기록했고, 도나 서머(Donna Summer), 어쓰 윈드 앤 파이어(Earth Wind & Fire), 쉭(Chic), 등 수많은 스타들의 히트곡이 쉴 새 없이 쏟아졌다. 그 결과 한국에도 디스코 열풍이 불었는데, 김치로컬풍으로 디스코가 변형되어서 트롯 뽕짝이 가미된 락뽕(Rock+Trot)
밴드가 많았다. 김트리오도
그러한 밴드 중 하나였지만 멤버가 모두 미국에서 생활하고 왔다 보니 뽕삘을 많이 덜어내고 아주 세련된 디스코 펑크를 선보였다. 그 결과 1980년대 한국에선
크게 유행하지는 못했고, 지금에 와서 나의 귀를 즐겁게 해주고 있다. 양 season & work 에이비의 감상 노트
최근에 집을 구하고 있다. 혼인신고를 하고도 그동안 아내의 직장이 울산에 있어 떨어져 살았는데 아내가 서울로 올라오게 됐다. 그러면서 나의 작업실 겸 생활
공간으로 쓰는 오피스텔은 두 사람에게 부족해졌다. 서울살이 5년 동안 나름 별의 별 집 다 살아봐서 집 구하는 것에는 이미 이골이 나있는 나다. 그래도 집을 구한다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서울 하늘 아래 내 집 마련의
꿈을 꾸고 상경한 사람이 얼마나 많겠는가? 영화는 서울에서 대전으로 내려와 그리 좋지 않은 조건의 옥탑을 소개 받는 남자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옥탑을 작업실로 쓰던 여자는
비록 불편해보여도 이곳에서 편하게 지냈던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리고 2년 뒤, 남자가 지내던 공간을 보러 온 커플. 커플은 이것저것 따지면서 불평을 늘어놓는다. 그들의 모습에 남자는 뭔가 씁쓸한 것 같은 표정을 짓는다. 마치 ‘그게 다가 아닌데’라고 말하는 것처럼. 사람이 쓰는 물건에는 저마다 사연이 담겨있다. 똑같은 모나미 볼펜이라고 하더라도 내가 쓰는 것과 내 친구가 쓰는 것은 뭔가 다르다. (플라톤의 이데아론이 갑자기...) 하물며 집은 얼마나 다르겠는가? 똑같은 구조로 만든 오피스텔이라고
하더라도 저마다 사는 사람의 성향,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천차만별의 모습을 띄는 것이 집이다. (루마니아 포토그래퍼 Bogdan
Gîrbovan의 <10/1 시리즈>를 참고하시길!) 이 영화는 그런 공간적인 분위기를 매우 잘 살렸다. 공간적인 분위기에 집중하다 보니 의도된 여백이 많은 부분이 있고 지나간 시간들은 관객의 해석에 맡겨
버린다. 하지만 이미 옥탑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이야기를 완성시킨 연출. 남들이 보기엔 오래되고 형편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경험했던 그 모든 것들 중에 가장 좋았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그런 것, 그런 공간. 나는 그런 집을 구하는 중이다. 에이비의 영화 포스트잇 제33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에서 한국 경쟁 부분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이 영화는 <동명이인 프로젝트>로 유명한 이경원 감독의 작품이다. 칼럼도 많이 쓰시고 작품 활동도
많이 하시는 분으로 유명한데, 최근에는 <이태원 클라쓰>에 출연한 김다미 배우의 필모로
감독님 작품이 많이 주목을 받았다. (진작에 알아봤으면 좋았을 것을! 이 사람들아!) 최근에 <옥천>이라는 영화를 가지고 오셨는데, 이 글을 끝내고 바로 보러 가야겠다. 에이비 다음 연재할 단편 소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LIVE 청년 경제 강연 <나는 왜 돈이 없을까> 01 - 이선호 과학커뮤니케이터 / 6.28(월) "4차 산업혁명이 온다는데 온 거야 만거야" 02 - 김얀 작가 / 7.1(목) "사회초년생! 오늘부터 '돈'독하게 모아보자!" 03 - 김찬호 교수 / 7.5(월) "나는 왜 돈이 없다고 생각할까?" ![]() 창업자 인터뷰 <상인의 시간> 01 - 유형곤(우리동네세탁소) / 7.8(목) 02 - 조수형(싸군마켓) / 7.12(월) "파도가 칠 때는 업종변경을, 유통의 힘" 03 - 홍미선(땡스롤리) / 7.15(목) "시장에서 온라인 판매를 하면" 04 - 코보리모토무&최영미(시:시밥) / 7.19(월) "두 사업자가 만나면" 05 - 장건희(육곳간) / 7.22(목) "이 시국에 정육점에서 소세지집까지 사업 확장" *해당 날짜에 업로드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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