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안녕하세요. 양입니다. 추운 날씨 잘 지내고 계신가요?
거짓말처럼 눈이 내리더니 거짓말처럼 사라졌네요. 심지어 오늘은 비가 왔습니다. 추운 날씨가 이어지나 했는데 꽤 따듯합니다. 비오는 겨울은 되려 따듯함이 있네요.
이 뉴스레터에 제가 운영하고 있는 가게 '점프블루'를 몇번 소개 드린적이 있습니다. 그 소개글을 보고 구독자 중에 놀러오신 분들도 더러 있었죠. 그 동안 관심 주신 덕분에 잘 운영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말하니 가게가 없어질 것만 같네요. 가게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고, 저의 거처가 좀 달라질 것 같습니다.
대학원 막바지에 들어서면서 여러 고민이 있었습니다. 이 석사학위가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고민이 되더라고요. 이 핑계 저 핑계로 논문을 쓰는 것도 포기하는 바람에 딸랑 석사학위만 덩그러니 남게 되었습니다.
상담심리학 석사의 목적 중에 하나는 전문 심리상담사가 되는 것입니다. 그럼 이제 졸업을 앞둔 저에게 옵션이 생겼네요. 전문 심리상담사가 되는 것. 하지만 이 길은 꽤 지난한 길입니다. 심리상담사 자격증 시험을 보기 위한 '수련 과정' 때문이죠. 많은 수련 과정이 있지만, 그 중 일부인 '52주 상담 경력 유지'만 봐도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가늠이 가실 겁니다.
일찍이 전문상담사를 목적으로 입학하신 선생님들은 입학하는 순간 부터 심리상담사 자격증을 따기 위한 과정을 밟습니다. 학기 중에 강의를 듣는 것은 물론이고, 수련을 동시에 진행합니다. 상담 경력 52주 유지를 진행하면서 자격증시험준비도 하면서 대학원 생활도 하면서 논문도 쓰십니다. (괴물이야...)
물론 저는 지금까지 상담사 자격증을 따겠다는 욕망이 없었기 때문에 그 과정을 거치지 않았죠. 가게를 운영하면서 대학원 강의와 과제 수행과 시험을 보는 것만으로도 꽤 힘든 일이었습니다. 저는 이미 석사 졸업 요건을 모두 갖추었지만, 전문상담가가 되려면 졸업을 하면 안되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안그래도 지난한 과정을 더 복잡하고 어렵게 만들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그 과정을 밟지 않으면 앞으로 더 어려워지기에 가시밭길로 걸어가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올해 까지만 점프블루에 있을 예정입니다. (이 얘기 할려고 썰을 얼마나 푸는 거야...) 연말에 할 거 없음 놀러오세요 ㅎㅎ.
제가 좀 더 주도면밀한 사람이었다면, 성실하고 부지런한 사람이었다면 가게 운영도 대학원 생활도 전문상담가가 되는 일도 잘 해냈을 것 같습니다. 내가 좀 더 똑똑한 사람이었다면 듣고 싶은 강의를 미뤄두고 언제든 전문상담가를 도전할 수 있게 실리를 챙기는 강의들을 들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어쩌겠습니까. 이번 학기에 들은 강의들은 역대급으로 모두 재밌었는 걸.... 후회... 는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나란 놈...
사실 무섭습니다. 내년엔 학교에 거의 살아야 할 정도에요.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기에 선뜻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이 공간에라도 선언하려고 이렇게 끄적입니다. 언젠가 이 도전이 '상담사자격증 중도 포기'가 되더라도 부디 저를 응원해주세요.
양 드림.
ps
오늘의 곡은 1970년대 Soul 음악입니다. 몽글몽글한 건반소리. 언제 들어도 마음이 눈 녹듯 녹아내립니다. 가시밭길, 골고다 언덕, 불지옥 레쓰기릿... 눈보라 몰아쳐도.. 비바람 떨어져도... 일어나라... 모두 다 몽글몽글해져라..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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