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관계에서 오는 불안한 마음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사람이 불안을 느끼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하루 이틀의 불안이 아닌 수개월 이상 지속 되는 불안은 정신질병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불안의 원인은 너무 다양해서 심각한 불안의 경우 치유하는 데에 굉장히 긴 시간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이 불안 장애의 문제는 '언제, 어디서 오는 지 알 수 없는 불안'이라는 점에서 무섭죠. 이런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높은 사람은 스트레스에 취약하고 종종 무기력하며 쉽게 우울감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 불안을 살피다 보면 종종 등장하는 것이 '통제 욕구'입니다. 통제 욕구가 강한 사람은 자신이 통제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공포심을 느끼고, 예측하지 못한 상황들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큽니다. 그래서 열심히 모든 일에 계획을 세우고 어떤 상황이든 자신이 알고 대비할 수 있어야 하며, 그것이 자기 의지로 통제가 되어야 하죠.
문제는 이러한 통제 욕구가 강하면 강할수록 불안한 마음을 느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겁니다. 우리 삶 주변에는 통제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니까요. 통제할 수 없음은 불안으로 쉽게 이어집니다.
이런 통제 욕구가 강한 사람은 보통 '관계'에서 큰 불안함을 느낍니다. 관계는 통제하고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쉽게 배우자, 연인, 가족, 친구 등을 통제의 대상으로 여깁니다. 하지만 타인을 통제하는 것이 가능한가? 예측 가능한 타인은 존재 하는가? 라는 질문에 쉽게 '예'라고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가까이 지내는 상대방을 종종 통제하려고 합니다. 언제나 '내 마음과 같길' 바라고, '나를 좋아해 줬으면' '나를 미워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같은 무서운 문장이 너무나도 쉽게 마음에 자리하고 있기도 합니다. 내가 알고 있던 상대방과 전혀 다른 상대방의 모습을 발견하면 기쁨이 아닌 불안으로 다가옵니다.
그럼 반대로 상대방에 대한 '내 마음'은 어떤가요. 항상 일정하고 통제가 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언제든 좋아할 수 있고, 언제든 미워할 수 있습니다. 말하지 않으면 나도 내 마음을 알기 어렵습니다. 나 자신이 내 마음도 내 상황도 완벽히 통제하기 불가능한데, 타인을 통제한다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합니다. (통제 욕구가 정말 강하면 통제할 수 없는 나 자신을 두고 자기 혐오에 빠지기도 합니다. 일종의 강박으로 연결되기도 하는...)
관계에서 생겨난 이런 불안과 스트레스의 또 다른 문제점은 그 원인을 상대방에게 두는 것에 있습니다. 그 불안과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점점 더 강하게 상대방을 통제하기 시작하고, 그럼 상대방은 알 수 없는 억울함과 답답함으로 또 다른 스트레스가 생기겠죠. 특히 비교적 헤어지기 어려운 가족 관계에서 이런 문제가 생기면 비극이 생깁니다.
마음의 문제는 언제나 완벽하게 고치거나 해결할 수 없습니다. 다만 문제를 완화할 수는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강한 '통제 욕구'가 있다면 반대로 '통제할 수 없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면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가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불안한 마음을 느끼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인데, 그 불안한 마음에서 다시 편안한 마음으로 돌아오는 방법을 잘 알아두는 게 중요하겠습니다. 특히 불안함의 원인을 찾을 때 '타인'에게서 찾으려 한다면 정말 고통스럽다는 것도 알고 있으면 좋을 것 같고요.
양 드림.
오늘 레터는 함께 수련하는 동료 상담심리사 선생님들과 함께 불안감이 큰 내담자의 케이스를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정리한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