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있었던 '아버지 사태' 때문에 저에게 온 편지 중 이런 편지가 있었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공개적인 곳에 글로 쓰는 것이 괜찮은가? 후회가 되진 않는지? 저는 블로그에 쓰는 글이 창피해서 종종 비공개로 돌리는데 양은 괜찮은지? 글을 쓸 때 어디까지 선을 지키는지?' 라는 내용(질문폭격)이었습니다.
저도 덕분에 이전 뉴스레터 시절 부터 '양이 보내는 편지'까지 슥 살펴봤습니다. 역시 부끄럽네요... 왜 이렇게 밖에 글을 쓰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을 넘어서, 이걸 내가 썼다고?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글도 더러 있었습니다. 게다가 제가 쓴 글들은 비공개로 돌리지 못하기 때문에.. 할 수 있다면 세상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글들도 있네요.
그러면서도 몇몇 글은 '아 내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살았구나' 하면서 다시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고, 또 어떤 글은 너무 재밌는 내용이어서 다시 웃게되고, 또 어떤 글은 저에게 큰 위로가 되어주기도 했습니다. 그 모든 글이 제가 싸질러 놓은 부끄러운 글인 건 확실하긴 합니다.
부끄러운 글이지만 제가 쓴 글입니다. 글을 쓴 다는 것은 나의 생각을 적는 것이고, 나의 생각은 '나'를 존재하게 합니다. 그러니까 그 글들은 '나'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이 뉴스레터에 적은 글들은 어느 순간 어느 시점의 '나'를 기록한 셈인 거죠.
후회가 되느냐고 하면 후회가 되진 않습니다. 정확하게는 후회를 하지 않으려고 의식합니다. 과거의 글들을 후회하고 미워하는 순간 나 자신을 후회하고 미워하게 되는 것이고 그 감정에 사로잡히면 정말 괴로우니까요. 좋은 글과 나쁜 글을 구분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는 편이 더 건강한 생각인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하면 과거의 쓴 나쁜 글을 (혹은 부끄러운 글을) '과오'로 볼 것인가 아니면 '경험'으로 볼 것인가의 차이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과거는 절대 바꿀 수 없다는 것, 그렇기에 지금 현재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 입니다. 절대 바꿀 수 없는 그 과거를 과오로 생각하고 후회하는 것 보다는 경험으로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갈 발판으로 생각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더 좋다는 거죠.
살다보면 멋지고 훌륭한 '나'도 있지만 못나고 부족한 '나'도 있습니다. 저는 그 모든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노력합니다. 너무 미워하지도 너무 사랑하지도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 그렇구나~ 하는 마음으로요.
언젠가 다시 이 글을 들춰본다면 부끄럽지만 저에게 위로가 될 것 같습니다.
양 드림.
긴 시간 대화했지만 결국은 아버지가 하고 싶은 말만 죽 늘어놓고 대화가 끝이 났습니다. 덕분에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반도 꺼내어 놓지 못했습니다만, 한가지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아버지가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요. 그래서 그게 슬펐는가 하면 또 그렇지도 않습니다.
그저 그 사실을 기반으로 조금 생각을 달리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저에게 '이해'를 바라셨던 것 같은데, 저도 감정적으로 고통이 심했으니 '용서'나 '이해'와 같은 고차원적인 마음을 가질 순 없더라고요. 그냥 어떤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까지가 최선이었습니다.
한결 마음은 편해졌지만, 아버지가 어떤 오해로 인해 (그러니까 아들이 드디어 나를 이해하고 용서했구나 따위의) 가족에게 또 어떤 말들로 상처를 줄지 걱정이 되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