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즘 상담 자체를 공부하기 위해 함께 공부하는 선생님들과 상담 시연 연습을 하는데요. 그래서 내담자 역할을 종종 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그래서 실제로 고민 되는 부분들을 동료 선생님들에게 털어 놓고 있는데, 아주 F적인 영역에서도 도움이 되고 아주 T적인 영역에서도 도움이 많이 된다는 걸 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감정적인 부분이건 인지적인 부분이건 누군가에게 이걸 토로하고 말로 설명해야 하는 그 대목이 핵심이라고 느꼈습니다. 순간적인 메타인지를 경험하고, 감정적으로 고독감을 줄일 수 있는 훌륭한 치유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동료 선생님께 아버지 이슈에 대해 이야기를 조금씩 털어 놓기 시작했는데 저도 모르고 있던 저의 감정을 발견하기도 하고, 인지적으로 내가 행동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들도 발견했습니다.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주 작은 힌트같은 부분을 발견했고 무언가에 얻어맞은 기분이 들 정도로 충격적이긴 했습니다.
2.
상담 공부 뿐 아니라 심리검사 공부 때문에 요즘 심리검사를 많이 받는데, 이를 해석할 때 의아한 부분들이 많습니다. 뭐 예를 들어서 제가 평소에 생각했던 저의 기질적인 강점과 성격적인 단점들이 심리검사에서는 다르게 나타난다거나 하는 부분들이요.
예를 들면 저는 어느 영역에서도 잘 참는 성격이라고 생각했는데, '인내력' 영역이 엄청 낮은 점수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인내력 영역의 하위 척도를 자세히 살펴 보니 성취에 대한 야망, 완벽주의 성향 두가지 부분에서 낮은 점수가 체크 되어있어 인내력 영역 전체가 낮아진 경우입니다. 야망과 완벽주의를 직관적으로 인내력과 연관 시키기에는 좀 어려운 부분이 있는데 '인내력'이라는 단어 통으로 낮은 점수를 주니 거부감이 드는 것이죠.
언어의 문제가 굉장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검사에 적혀있는 단어들은 내포하고 있는 의미가 굉장히 다양한데, 일반 사람들은 더 좁은 의미로 이해하게 되니까요. 특히나 이런 용어에 대한 이해도가 비교적 부족한 수검자가 해석상담자 없이 결과표를 보면 얼마나 큰 오해를 부를까 흠칫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각종 검사의 결과지는 상담사가 보관하는 것이 원칙이기도 합니다.
3.
인생 최대치로 정신이 없습니다. 챙겨야만 하는 것을 잘 챙기지 못하고 엉뚱한 곳에 에너지를 쓴다거나 (사실 지금 어느 곳에 에너지를 쓰고 행동을 해도 엉뚱한 곳은 없습니다. 모든 일이 비상사태기 때문에...) 특히 비교적 작은 약속들을 쉽게 잊습니다.
더 정확히는 작은 약속이라서 잊는 것 보다 약속을 지키지 않았을 때 생기는 문제가 얼마나 치명적인지에 대한 이야기 인것 같습니다. 특히 오늘 같은 경우 몇년 동안 매주 해오던 뉴스레터 발송을 어떻게 하면 까먹을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줌 미팅하기로 한 시간을 놓칠 수 있는지... (죄송합니다...)
뇌에서 강제적으로 샷다를 내렸다거나 뭐 그런거 아닐까... 싶기도 한데 (핑계가 점점 고차원적으로) 특히 잊지 않기 위해 알람을 맞춰놓고 여러 장치들을 해 놨는데도 불구하고 크고 작은 약속에서 실수가 생기는 것이 좀 이상합니다.
다른 상담 선생님들에게 이 주제에 대해서 상담을 좀 받아봐야겠습니다. 설명을 하다 보면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되고 또 새로운 문제들이 튀어 나오겠죠. 약속시간에 늦은 뉴스레터에 대한 구구절절한 이야기였습니다.
양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