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상담/코칭을 공부하는 선생님들과 진행한 6주간의 상담스터디가 끝났습니다. 서로 내담자 역할과 상담사 역할을 하며 각자 상담 자체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갖다보니 개인적인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스터디의 주된 내용은 15분 동안 대인관계를 주제로 (저에게 상담 신청을 하면 주제가 대인관계였던 이유.EU) 상담 롤플레잉을 하는 것이었는데요. 그 짧은 시간에도 엄청난 변화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내담자의 말과 상담사의 반응이 만나서 정서가 요동치는 것이 느껴지고 인지적 변화가 눈에 보일 정도입니다. 낯선 누군가에게 자신의 감정을 개방하고 그 감정에 공감을 받는다는 것에 정말 큰 힘이 있다는 걸 배웠습니다.
저는 T인간에 가깝고, 인지행동치료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항상 인지적인 부분에서 질문하고 논리의 영역에서 사람을 이해하곤 하는데요. 그래서 감정의 영역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 뭐가 그렇게 도움이되고 중요한지 몰랐습니다. 그런데 내담자 역할을 하면서 그 감정 공감을 당해(?)보기도 하고, 상담사 역할을 하면서 상대방의 감정을 만지다보니 왜 이 감정이라는 것이 그렇게도 중요한지 알 것 같습니다.
우리가 마음 안쪽 깊은 곳에 있는 묵은 감정을 이야기할 곳이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생각해보면 당연합니다. 그 감정이 너무 깊은 곳에 있어 잊고 있었다거나, 너무 시간이 오래되어 그 감정을 만든 당사자에게 이제 와서 털어놓기가 어렵다거나,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이해받기는 더더욱 어렵고, 결정적으로는 그런 복잡한 감정을 다루기에 당장 눈앞에 있는 삶의 현실이 무겁기 때문입니다.
대인관계 뿐만 아니라 내가 겪는 심리적 고통은 내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어떤 작은 감정 때문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감정이라는 작은 아이를 마주하고 슬퍼하고 있다면 위로해주고 화가 나있으면 풀어줘야겠죠. 그 감정들을 풀어주다 보면 현실에서 마주하고 있는 문제들의 실마리를 찾게 되는 거고요.
요즘 주변에 이런 이야기를 신나서 하면 약파는 약장수 같다는 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이거... 참.. 좋은데.. 함 잡솨봐... 가 아니고 진짜.. 음.. 설명할 방법이 없네...
양 드림.
ps#1
오늘 소개한 <Love's Train>은 Silk Sonic 형님들이 커버해서 더 유명한 노래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원곡이 더 맛있네요..
ps#2
<핫스팟: 우주인 출몰 주의!> 라는 제목의 일본드라마를 봤습니다. 요즘 나오는 자극적인 콘텐츠들에 비해 아주 말랑말랑하고 잔잔한 콘텐츠를 만나 제대로 힐링한 기분입니다. 특히 이런 사람 사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내는 콘텐츠를 좋아하는 저에게 아주 적절한 분위기였고, 적당~하고 현실적으로 SF적인 요소를 가미한 면이 너무 귀엽고 재밌는 드라마입니다.
시리즈가 많지도 않고 짧은 시간으로 즐길 수 있는 드라마. 뇌절하기 직전까지 간 다음 적당한 끝맺음을 한 것도 칭찬받을 만한 점이네요. 뉴스레터의 한 편으로 쓰기엔 소박하고 하찮지만 추신에라도 꼭 적을 만큼 꽤 좋은 드라마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