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날씨가 더워졌습니다. 3월 말에는 눈도 왔고, 4월도 아침 저녁으로 꽤 쌀쌀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요즘에도 겉옷 없이는 외출하기 좀 그랬는데 이제는 반팔로 외출해도 덥다고 느낄 날씨입니다. 오랜만에 대중교통으로 이동했는데 지독한 습도에 기분이 좋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5월 말이 되어서야 더워진 것이 저만 이상한가요? 느낌상 좀 더 빨리 더위가 왔던 것 같은데 말이죠. 그래서 작년 기온을 살펴보니 작년 보다 더위가 확실히 늦게 왔습니다. (기분 탓이 아님) 지구온난화 때문에 날씨가 점점 극단적으로 그러니까 봄과 가을이 사라지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상하네... 봄이 아직 있었네...
아무튼 귀가길에 온 몸이 꿉꿉하고 걷는 동안 공기가 달라 붙는 이 찝찝함 때문에 에어컨을 켜야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랜만에 작동하는 에어컨이니 분명 필터에 곰팡이가 껴있고 엉망이겠죠. 몸은 찝찝하지만 씻기 전에 에어컨 청소로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였습니다. 읏챠 필터를 떼러 의자에 올라갔는데.. 하... 왜 그날따라 에어컨 내부가 그렇게 잘 보였을까요. 에어컨 필터 저 너머가 무슨 전쟁이 난 것처럼 박살이...
원효대사 해골물마냥 내가 알지 못했다면 필터만 깨끗이 하고 에어컨 바람을 즐겼을텐데, 해골을 보고야 말았으니 도저히 에어컨을 못 키겠는거죠. (그동안 무슨 바람을 맞고 있었던거니...) 게다가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셀프로 에어컨을 분해해서 청소를 해보자는 말도 안되는 실수를 해버립니다.
유튜브로 에어컨 청소하는 영상을 보면서 호기롭게 시작했으나...(유튜브가 사람 다 망쳐놓는구나..) 1시간 뒤... 땀을 뻘뻘 흘리며 분해된 에어컨을 붙잡고 오열했습니다. 이건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뒤늦게 판단. 전문가에게 곧바로 전화해 약속을 잡았습니다. 하지만 요시 그란도 시즌이다 보니 당연하게 아무리 빨라도 방문하는데 일주일은 걸릴 것 같다고 하시더군요.
아.. 그럼 나는 해체된 에어컨을 멀뚱멀뚱 보고 있어야 겠구나 하하... 민망하기는 에어컨도 민망하겠죠? 심지어 벌거 벗고 있으니... 단언컨대 벽걸이 에어컨은 절대 셀프로 청소가 불가능합니다. (내가 못해서가 아님) 그 누구도 저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에어컨은 너무 소중한 가전이에요.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잘 구별하는 것도 지혜의 영역이라면 저는 똥멍청이입니다. 여러분은 부디 현명한 여름을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양 드림.
여름이니까 이제 시티팝이겠죠 역시? 제목부터 <誘われて夏> 직역하면 '초대받은 여름' 입니다. 누군가는 초대를 했으니까 왔겠죠 여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