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상담케이스를 두고 공부를 하면서 또 흥미로운 썰이 생겼습니다. 헤어진 여자친구가 헤어짐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엄청난 집착을 하면서 생긴 일입니다. 하루에 전화와 문자를 미친듯이 하고, 보고 싶다 자고 싶다 등의 회유와 자기와 헤어지면 자해, 자살을 하겠다는 등의 협박까지 하는 바람에 일상 생활을 하기 어려워진 내담자였습니다.
흥미로운 부분은 내담자가 이 집착과 스토킹에 가까운 연락의 패턴이(?) 보이기 시작하고 마음이 괜찮더라는 겁니다. 점심시간 쯤에 연락이 몰아친다던가 새벽에 문자가 쌓여있다던가 등의 패턴이요. 어느 순간 '아 그냥 이쯤 되니까 연락이 오는구나' 하고 알아차렸다는 거죠. 핸드폰 번호를 바꾸고 한동안 중요한 때가 아니면 핸드폰을 아예 꺼두기까지 하던 내담자가 이제는 그냥 스팸문자 보듯이 담담해졌다는게 이상하지 않나요?
인지심리학이나, 게슈탈트 이론 쪽에서 이야기하는 '알아차림'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불안이나 우울이 무서운 이유는 '왜 내가 우울하지?' '무엇 때문에 내가 불안하지?' 같은 질문에 답을 할 수 없거나 아니면 내 감정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 질문 조차도 할 수 없기 때문에 무섭습니다. 하지만 건강한 사람은 보통 메타인지라고 하는 인지 능력이 있기 때문에 내가 왜 힘든지 어떨 때 불안한지 금방 알아차릴 수 있죠.
'알아차림'은 그 메타인지 이상의 경험입니다. 내 사고를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것 이상으로 사고의 흐름이나 그 흐름의 끝에 있는 내 행동까지 알아차리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인지행동치료에서 '자동적사고'라고 하는 부분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이해했습니다. 나도 모르게 자동적으로 하는 사고는 그 사고로 인해 행동이 결정되고 내 생각과 기분에도 영향을 끼치는데 그 부분을 인지하는 것이 치료에 시작이거든요.
전여친의 무례하고 폭력적이고 일방적인 연락을 보자마자 분노 두려움 불안에 지배되었던 내담자가 이상하다고 생각할 만큼 금방 괜찮아지는 것도 이 과정의 일종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떤가요? 내 생각이나 행동의 깊은 이유를 어느정도로 인지하고 계신가요?
양 드림.
ps
한때 여름만 되면 들었던 노래. 하마다 선생님의 도루핀입니다. 초여름 좋은 날씨로 연속인 요즘 찰떡같은 노래. 오랜만에 느끼는 청량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