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를 써온지도 꽤 시간이 흘렀습니다. 몇 해를 걸쳐서 보내다 보니 편지를 쓰는 날이 제 생일인 날도 오네요. 생일 축하합니다. 짝짝짝!
사실 제 생일을 잘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몇 없습니다. 가족 그리고 정말 가까운 친구들 아니고서는 제 생일을 알 수 없죠. 성인이 되어 대학생활을 할 때 부터 제 생일을 챙기지 않다보니 이렇게 됐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피곤하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여럿이 모여서 시끌벅적 축하해 선물받아~ 하는 것이 어딘가 불편했고, 오랜만에 연락이 와서는 뜬금없이 생일 축하한다고 메시지가 오거나 하는 것이 찝찝했습니다. 그런 축하들이 즐겁거나 행복하다고 느끼기에 너무 부담스러운 관심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뭐라고.. 이렇게 까지... 게다가 받은게 있으면 돌려주는 것도 있어야하니 주변 사람들의 생일을 챙기는 것도 쉬운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SNS가 활발해 질 때 부터는 온갖 SNS에 각자의 생일이 떠 있으니 누군가의 생일을 잊을 일이 없어지기도 했죠. 그런 시기와 맞물리니 도저히 이 생일파티와 축하를 견디기가 어려웠습니다. 마음에 짐이 있던 사람이 생일 축하하는 것도 별로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서 혹여나 내 생일에 축하인사를 하지 않으면 또 서운한 마음이 생기기도 하고요.
그때부터 온 SNS에 제 생일을 숨겨두었습니다. 아주아주 친한 친구에게서 내 생일에 연락이 오지 않더라도 서운해하지 않고 한 해 두 해 넘어가다보니 조용한 생일을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냥 365일 중 어느하나 특별한 것 없는 날이 되었습니다. 실제로도 그렇기도 하고요. 그냥 내가 태어난 날.
이렇게 살아가고 또 N번째 생일을 조용히 넘어가며 지내고 있는데, 요즘 부쩍 제 생일을 기억해주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매번 제 생일 다음날인 6/28에 너 어제 생일이었네? 왜 말 안했어? 하고 연락오는 친구도 있고요. (생일인 거 말 안했다고 욕하는 친구도 있음...) 어쩌다가 생일을 주제로 이야기하는데 내 생일을 비밀이라고 할 수도 없고.. 해서 누군가의 캘린더 어플에 박제가 되기도 하고요.
그래서 요즘 생일 축하한다고 연락 오는 의외의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완벽히 기억하진 못해도 가끔 제 생일이 문득 기억나서 오는 연락이 되게 고맙고 기분이 좋더라고요. 글을 쓰다보니 SNS가 대신 기억해주는 생일이 저에게 꽤 큰 불편감을 준 것 같네요.
여러분들도 한번 꾸욱 참고 모든 SNS에 생일을 지워보세요. 진짜 생일을 한 10년뒤에 찾을 수 있습니다...
양 드림.
ps#1
울 어머니도 가끔 이 뉴스레터를 열어보시는데, (평균 오픈율 5%...) 혹여나 이 글을 열어보신다면... 이런 놈을 낳아주시고 길러주시고 사람구실 하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아지아님.. (꾸벅) (서로 사랑한다는 말 질색팔색함..)
ps#2
ps#3
여름의 시티팝이라고 하면 꼭 들어줘야하는 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