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안녕하세요. 양입니다. 다소 이른 휴가를 왔습니다.
너무 오랜만에 긴 여행이기도 하고 (그래봤자 3박4일) 심지어 해외여행이라서 잔뜩 긴장한 상태로 이른 아침 인천공항에 갔습니다. 저는 파워P라 여행에서 조차 아무런 대책없이 움직이는 편인데요. 심지어 환전도 미리 안한 상태에서 출국과정을 거쳤습니다. 온갖 귀찮은 출국과정에 다소 정신이 없어 커피를 마시며 한숨 돌리고 있는데 게이트에서 전화까지 왔습니다. '님만 오면 고' 라고요. 젠장 게이트까지 느긋하게 가려고 했는데, 눈치보면서 걷는둥 뛰는둥 부랴부랴 갔습니다.
아무렴 어떻습니까. 인천공항은 언제 와도 기분좋은 공간이라는 감상과 여행을 떠난다는 설렘 덕분인지 너그러운 마음만 가득했습니다. 그렇게 비행기 문을 닫으며 몸을 실으니, 양옆 좌석이 비워져있는 행운까지. 얼마나 큰 시련을 주려고 이렇게 기분 좋은 일만 있는지. 보통 서두에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을 적으면 글의 흐름상 하향곡선을 그리며 안 좋은일을 적어주어야 글의 맛이 사는 것이지만, 불행하게도 좋은 일만 가득한 Day-1 입니다. 하루 야무지게 보내고 호텔방에서 편지를 쓰고 있어요.
여행지는 마닐라입니다. 치안이 좋지 않아 좋은 호텔에 무리해서 숙박중입니다. + 특별한 목적이 있어 이 호텔을 예약했죠. 제가 일전에 취미로 포커(홀덤)를 친다고 말씀드린 걸 기억하시나요? 예 맞습니다. 이 호텔엔 드라마 <카지노>의 촬영장소인 아주 큰 규모의 카지노가 있습니다. 그리고 꽤 큰 규모의 홀덤 플레이스가 있죠.
걸어도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 슬롯머신들을 뒤로하고, 카지노 안에 있는 환전소에 들러 적당한 금액을 환전하고, 카지노 멤버쉽에 등록하고, 포커 플레이어로 등록하고 배정된 자리에 앉는데 까지 한시간이나 걸렸습니다. 그렇게 힘겹게 앉은 테이블에서 플레이한 결과가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이 Day-1 최고 흠이지만, 허허 그래도 아직 정신 못차리고 기분이 좋은 걸 보니 여행 버프가 확실하네요.
평소와 다르게 아주 아주 낯선 곳에 있고 아주 아주 낯선 행동들만 하고 있으니 뇌에 충만한 도파민이 흐릅니다. (뇌가 녹을 것 같아요.) 내일은 수영을 좀 하고 머리를 차게 식혀서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포커 테이블에 참여 해야겠습니다.
요즘 장마라고 뻥치고 폭염주의보가 뜬 지옥불 한반도에 비해 아주 선선하고 물 좋고 공기 좋은 마닐라에서 행복한 휴가 잘 마무리하고 돌아가겠습니다. 그럼 주말 동안 저에게 행운을 빌어주세요!
양 드림.
ps
필리핀 마닐라 출신의 가수 Marlene. 일본으로 스카웃되어 재즈싱어로 일본에서 작업물을 쌓았다. 마닐라에서 듣는 Citypop이라면 단연 떠오르는 곡 <Let Yourself Go>. 기분 좋게 말랑거리는 멜로디에 다소 강렬한 보컬이 적절히 매치되어 새로운 감흥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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