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마닐라를 왔다갔다 하면서 오랜만에 책을 읽었습니다. 우치다 타츠루의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 - 원제 <街場の文体論>입니다. 매주 글을 써서 뉴스레터를 보내는 저에게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라는 제목은 꽤 매혹적이었습니다. 게다가 좋아하는 우치다 타츠루 선생님의 책이니 더할나위 없이 궁금한 책이었습니다.
제가 글을 쓸 때 가장 많이 신경 쓰는 부분은 '독자'입니다. 글을 배울 때 정말 많은 부분을 배웠을텐데 기억나는 건 '독자'밖에 없네요. 그만큼 중요했겠죠? 독자 단 하나만 신경써도 글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은 누가 읽을 것인지에 따라 내가 쓰는 글의 내용이 전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렇게 불특정 다수가 읽게 되는 글은 '어렵게 쓰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시 말해 누가 읽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써야합니다. 그러려면 설명을 굉장히 잘 해야합니다. 그래서 저는 여기에 글을 쓰면서 어떤 개념을 설명하거나, 있었던 일을 설명할 때 신경을 많이 쓰는 편입니다. 몇번이고 글을 썼다가 불필요한 내용을 덜어내고, 내가 설명하기에 장황해지면 과감하게 덜어냅니다. '독자를 항상 염두하고,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쓰자' 가 제 글쓰기의 최소한의 전략입니다.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의 초반부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와서 정말 반가웠습니다.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설명을 정말 잘한다는 내용이라든가, 독자에 대한 경의 부분이라든가 고개를 끄덕이며 읽어 내려갔습니다. 내가 잘못된 방향으로 글을 쓰고 있진 않았구나, 내 글은 살아남을 수도 있겠구나 싶기도 했고요. 아직 뒷 부분을 다 읽진 못해서 완벽히 '살아남은 글'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미생이여라)
글을 쓰려면 '누가 내 글을 읽을 것인가.' 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독자, 그러니까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 미지의 어떤 것을 신경 쓰면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은 더더욱 쉬운 일이 아니죠. 이런 글을 쓰고 있자니 세상에 던져져 있는 좋은 글들에 대해 문득 경외심이 듭니다. 시의 적절하게 좋은 말을 하는 글. 시대를 막론하고 언제 읽어도 좋은 글. 세상엔 멋진 글이 참 많으니까요.
제 글은 아직도 인터넷 세상 어딘가에 계속 떠돌고 있는데, 그 글을 보고 있으면 참 무섭습니다. 살아도 산게 아닌 그저 그런 글입니다. 이 뉴스레터를 길게 유지하기 위한 핑계로 내 자신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며 가볍게 가볍게 매주 쓰고 있지만, 이렇게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를 고민하는 날이 오면, 여지 없이 천근 만근 고민이 되어 저에게 돌아옵니다.
그래도 항상 누군가가 읽어주고 있다는 그 경각의 감각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매주 읽어주시는 여러분께 항상 감사해요. 빈말이 아니고요. 이번 레터에 주저리 주저리 고민이 많았는데, 많이 덜어내고 내어드립니다. 너무 길면 안 읽어주실 거 잖아요. 아무튼 고맙다는 말입니다.
이만 줄입니다.
양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