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안녕하세요. 양입니다.
저는 같은 동네, 같은 집에 산지 이제 5년차 입니다. 부모님의 집을 떠나서 따로 독립해서 산 것은 2008년 부터니 17년 정도 자취생활을 이어가고 있는데 이렇게 오래도록 한 집에서 산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단 한번도 집을 재계약한 적이 없고 매번 이사를 다녔거든요.
이사를 할 때의 심정은 항상 '새로운 마음, 새로운 출발' 이었습니다. 누구나 그러하듯 때마다 대학입학, 졸업, 취직, 개업 등의 큰 이슈들이 있었기에 그것에 맞춰 집도 옮기고 마음가짐도 달리한 셈이죠.
20년 가까이 자취를 하다보니 이제는 자취라는 말도 좀 어색할 정도입니다. (그냥 혼자 산다고 해야하나.. 그건 너무 독거노인 같은데.. ) 외롭고 심심해서 룸메이트와 함께 살아보기도 하고 정말 시끌 벅적한 동네에서도 살아보고 한적한 변두리에도 살아보고 아파트, 오피스텔, 빌라, 원룸 종류별로도 살아보고 그렇게 이 동네 저 동네 서울 곳곳에서 살아봤지만 이만한 곳은 없다는 게 결론입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으로 저에게 너무 딱 맞는 집을 찾은거죠. 이 집은 5년동안 살면서 불편을 겪었던 일도 눈살을 찌푸릴 일도 단 한번도 었었습니다. 긴 시간 다양하게 살아보면서 생긴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기준을 모두 충족 시키고 있으니까요.
무엇보다도 이 동네가 좋은 점은 너무 조용하고 깨끗합니다. 1년에 한 번 큰소리가 날까 말까 할 수준입니다. 동네 평균 연령이 높기도 하고 (그냥 눈대중으로... 동네에 어르신밖에 안돌아다니심..) 상가가 거의 없는 주거 지역이기도 하고요. 이 고요하고 평화롭고 고즈넉한 분위기는 어딜가도 지지 않을 수준입니다.
그렇다고 집이 막 으리으리하고 그렇진 않습니다. 낡고 오래되었지만 정갈하고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혼자 살기에 적당히 충분한 그런 작은 빌라입니다. 적당한 화장실과 침실. 그리고 저는 집의 짐덩이들 중 가장 큰 부피를 차지하고 있는 음향장비들과 음반들을 모아두기에도 모자람이 없는 거실을 가장 좋아합니다.
누구나 그러하진 않지만 때마다 오는 큰 이슈 중 하나인 '결혼'을 하지 않는 이상 이 집에서 꽤 오래도록 지낼 것 같습니다. 재계약 때 마다 오르는 월세는 뭐... 서울에 이만한 집 월세 평균을 보면 보통인 것 같고요.
집이 아니라도 살면서 또 이렇게 마음에 쏙 드는 걸 만날 날이 올까요..? 아니 만나는 건 차치하고 무언가를 이렇게 입이 마르도록 칭찬할 일이 또 생기기나 할까요? 새로운 집이 주는 새로운 출발도 새로운 마음가짐도 없지만 이 익숙함이 주는 안정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좋습니다.
양 드림.
ps.
저에게 너무나도 완벽한 이 동네 그 중 제일 많이 애용하는 내 친구 CU가 문을 닫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애도를 표해주세요...
ps2
요즘 제일 많이 듣는 아티스트의 노래입니다. 80년대 흑인 음악을 거의 완벽하게 재현합니다. 그 이미지를 표방하기도 하고요. 최근 발매한 앨범 [Flowers]을 즐겨보세요. 매우 훌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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