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안녕하세요. 양입니다.
요즘 심리상담 현장에서 있다보니 여러 종류의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정말 정말 마음에 병이 와서 병리적 진단을 받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마음에 아무런 병리적 문제가 없지만 삶을 살아가는데 뭔가 뭔가인 사람들도 많습니다. 가령 예를 들어서 내가 누군지 알고 싶다는 원초적인 궁금증이나, 대인관계에 묘하게 불편감이 있고 이 불편감이 나의 문제가 아닐까 걱정하는 마음 등이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자신 주변을 불편하게 만들고는 나에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상담 현장에 올 생각도 안 합니다. 착하다(?)는 표현은 좀 이상하지만 아무튼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을 궁금해하고 자신을 의심하는 성숙한 성품의 사람들이 상담 현장에 오죠. 그래서 상담 현장에서 만나는 내담자들은 보통 대화가 되는 편입니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세상에 못된 사람들은 여전히 바깥 어딘가에서 못된 짓만 골라하고 그 못된 짓에 상처 받은 사람들만 만나는 기분이랄까요..
아무튼 생각보다 경미한(?) 정도의 심리적 불편감을 호소하는 내담자는 '나를 알고 싶어' 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아니 상담에 오는 모든 사람이 아마도 '내가 왜 이럴까?' 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여기까지 오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나 예를 들자면 40대 직장인 남성이 정신의학과에서 ADHD진단을 받고 약을 처방받았습니다. ADHD 치료 약물은 우울과 불안 치료 약물 처럼 신경전달물질 재흡수를 억제하는 것으로 효과를 내는데요. 그냥 쉽게 말해서 약빨이 정말 잘 듣는다는 이야기입니다. 문제는 이 40대 평범한 남성이 ADHD치료제를 복용하고 너무 일상 생활이 잘 되더라(?)는거죠.
?일상생활이 잘 되는데 이게 왜 문제일까요? 내담자가 설명하기로는 이렇습니다. 약물 복용 이전에는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너무 엉망이었지만 그래도 열심히 삶을 살아간 느낌이라면, 약물 복용 이후는 자신이 너무 정신적으로 말짱하고 총명해져서 오히려 삶을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표현하더라고요.
심지어 이 내담자는 이전에 상담경험이 있었고, 그 상담사에게도 똑같은 내용으로 호소했지만 지극히 정상이라며 상담 중단은 물론이고 심리 검사도 받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답니다. 저는 이 부분이 제일 이상한데 40대 직장인 남성이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요.' 하고 상담 현장까지 왔는데 이 내담자에게 궁금한게 전혀 없는 상담사가 있을 수 있나... 싶었습니다.
이렇게 정신의학과와 상담을 거쳐 저에게 흘러와 약을 먹기 이전의 '나'와 약을 먹은 이후의 '나' 둘 중 무엇이 진짜 '나'인지 모르겠다며 심리 상담 및 검사를 요청한 케이스입니다.
여러분은 이런 상황에 처했다면 어떤 상태의 내가 진짜 '나'라고 생각하시나요? 어렵습니다. 세상에 태어나 여러 경험을 거쳐 축적된 내가 모여서 지금의 내가 있는 건데, 약을 복용하고 지금까지의 '나'와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있다면.. 그것 조차 '나'라고 할 수 있는 건지 말입니다.
내가 누구인지 아는 것은 굉장히 복잡한 일입니다. 쉽게 규정지을 수 없고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각종 성격검사와 심리검사를 통해 어느 정도는 내가 이런 사람이구나 이해할 수 있겠지만 아마도 죽는 순간 까지도 명확히 이해할 수 없고 고민해야할 문제 아닐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주제라 이런 내담자들을 만나면 함께 고민하는 것이 정말 재밌습니다. 마침 제가 각종 자격이 주어져 있는 상태이니 최소 실비로 검사 및 해석 상담이 가능하다는 점... 알려드리며 금요일 밤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양 드림.
ps
요즘 뭔 노래를 들어도 별 감흥이 없고, 어딘가 나사가 빠진 기분입니다. 매번 음악을 들어야 할 때 뭘 들을까 고민고민을 해도 딱히 어느 음반에도 손이 잘 가지 않는... 흠... 그래서 그냥 습관적으로 존 메이어 앨범을 항상 듣습니다. 역시 언제 들어도 좋은 메이어 형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