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안녕하세요. 양입니다.
역대급 연휴가 왔습니다. 저는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해본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잘 몰랐지만 많은 직장인들이 2025년 추석 연휴만을 기다렸더군요. 일주일이 훌쩍 넘는 연휴기간 동안 다들 계획이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저는 친가 쪽도 외가 쪽도 모두 조부모님이 안계십니다. 친할아버지 친할머니는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셔서 뵌 적도 없고,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는 제가 중학생일 때 돌아가셨으니 그들에 대한 기억이 이제는 어렴풋합니다.
세상에 모든 가족이라는 것이 그러하듯 여러 사연이 겹쳐 가깝게 지내기도 멀리 지내기도 하는데, 우리 가족은 친가 외가 어느쪽에도 조부모가 계시지 않으니 뭔가 결속력이 떨어진다고 해야할까요? 이제는 명절이어도 굳이 서로 만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설날이나 추석 같은 큰 명절에 여러 가족이 모여 왁자지껄 음식을 하고 차례를 지내고 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언제가 마지막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왕래가 끊겼습니다. 그렇다고 서로 척을 질 정도로 싸웠던 기억도 없는데 말입니다.
언제 이렇게 서먹한 남이 되었는지 아쉬운 마음도 있지만 별수 없죠. 서로 이런 거리감이 편하다면 이렇게 살아가게 되는 거 겠죠. 평소엔 잘 먹지도 않으면서 명절에 다같이 빚었던 만두가 그리울 뿐입니다.
최근 명절이었던 설날 때와 비슷하게 이번에도 우리 가족은 모이지 않습니다. 그때 당시 레터에도 비슷한 말을 했었네요. 우린 명절에도 모이지 않는다고 각자 잘 지내는 가족이라고. 사실은 굉장히 이상하고 불편한 이야기인데 저는 왜 항상 괜찮다고 생각하고 쿨하게 행동하고 있었을까요. 최근까지 이렇게나 모이지 않는 가족에 대해 불편하거나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제가 이상한 거였네요.
이런 주제로 글을 쓰다보니 제 생각과 마음을 조금 들여다 볼 수 있게 됐습니다. 가족이라는 관계의 불편감. 그 불편감을 명절이라는 이슈로 덮어두고 애써서 웃고 노력하는 것에 지쳤던 것 같습니다. 더 가까운 우리 가족에서는 그 불편감으로 아예 가족이 해체될까 마음 한켠에 두려움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느니 차라리 우리 그냥 멀리서 서로 안부를 묻고 그리워하자고 이야기한 것 같습니다.
즐거운 명절, 황금 연휴 기간에 이런 글을 써서 보내니 마음이 무겁네요. 명절 잘 보내세요~ 같은 말을 하기엔 영 맥락에 맞지 않으니 먼길 잘 다녀오시고 무사히 일상으로 돌아오시길 바라겠습니다.
양드림.
ps
요즘 생전 듣지도 않던 테크노에 빠져서 선곡 하는데에 꽤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선뜻 이 레터에 테크노를 메인 소개곡으로 올리기 쉽지 않더라고요. ㅎㅎ 그래도 꽤 라이트하게 들을 수 있는 테크노 입니다. Anyma - Girls MI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