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안녕하세요. 양입니다.
역대급 연휴가 끝났습니다. 연휴 잘 보내셨나요? 저는 무얼 했는지도 모르게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네요. 뭐라도 할걸 후회스러운 게 아니고 좀 정신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누굴 만나러가기도 애매하고 어디 놀러가기도 뭣한 그런 어정쩡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덕분에 밀린 집안일도 하고 나쁘지 않았습니다. 몸담고 있는 센터도 연휴에 문을 닫았기에 밀린 상담은 오는 주말에 몰려 있습니다. 그 상담들을 미리 준비할 시간도 충분했으니 다행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사실 최근 아버지가 굉장히 아프셨습니다. 10년 정도 전에 항암치료를 길게 하셨다가 완치 판정을 받으셨고, 그 이후에 다시 암이 재발하고 다시 항암치료를 하고 계십니다. 그런 와중에 급성으로 면역 수치가 떨어져 병원에 갔지만 마침 황금 연휴 기간이라 응급실에 가셨습니다.
아버지의 연세가 꽤 지긋하신지라 이제는 병 자체가 무섭다기 보다는 병을 치료하는데 필요한 에너지가 없어 무서울 때 입니다. 다행히 급한 불은 껐고 면역 수치를 회복해 일상 생활을 하실 수 있지만 거동이 불편한 상황입니다. 집 계단을 오르는 아주 일상적인 일 조차도 이젠 목숨을 걸고 해야할 판입니다. 저는 겨우 그 계단 하나 오르는 뒤를 봐주러 명절에도 안가는 본가에 다녀왔습니다.
마침 이런 일이 있기 몇주 전에 아버지랑 또 한바탕 했습니다. 도저히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영역까지 왔고 저는 대화를 포기한 상태였습니다. 마음이 그렇다 보니 괜찮으시냐 여쭤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힘겹게 계단을 오르는 아버지 뒤를 따라 올라가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마음이 참 문제입니다. 여전히도 거리가 먼 그 마음 때문에 죽겠습니다. 그래도 아버지라고 자꾸 마음이 쓰입니다. 미워하는 마음도 지치고, 상처받은 경험도 무겁습니다. 혈연이라는 것이 정말 지독한 것 같습니다. 이 어지러운 마음을 어떻게 소화할까 대책이 없습니다.
그래도 여기에 글로 정리하니 조금 마음이 풀리네요.
최근 계속 이상한 글만 받아보고 계실텐데, 죄송합니다.
그냥 그렇구나 해주세요.
양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