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안녕하세요. 양입니다.
오늘은 내담자에게 왜 심리상담사가 되려고 하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내담자도 심리상담사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마음이 있지만 이렇게 과정이 어려울 줄 몰랐다는 겁니다. 투자해야할 물리적인 시간도 그렇고 공부해야할 영역도 꽤 넓으니까요. 그래서 자기도 막연히 대학원 가야지 막연히 공부해야지 생각했지만,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것이 아니면 쉽지 않아보인다는 질문이었습니다.
저도 오랜만에 원론적인 질문을 받아서 막 기억을 더듬어 봤습니다. 대학원을 가기로 했던 마음, 하던 일들을 다 멈추고 수련생활을 하기로 결심한 마음 등 여러 마음들이 스쳐갔습니다. 내담자와 각자 집에 가는 길에 멈춰서서 30분을 떠들었습니다. 원하는 답을 얻어 가셨는지는 모르겠지만요. (돌이켜 보니 질문은 단순했는데 혼자 주저리주저리 떠든 기분이...)
뭐 대단한 욕망이 있었고 대단한 결심이 있었냐고 하면 사실 그런 건 없었습니다. 일을 하다 보니 대학원에 가고 싶어졌고, 그런 마음으로 살다 보니 덜컥 대학원을 다니고 있었고, 공부를 하다 보니 심리상담사와 임상심리사를 준비하고 있더라고요. 저는 평소에 쓸데없이 생각이 많아 시작하는 게 항상 어려운 편인데, 어렵사리 시작을 하고 나면 그래도 좀 적당히 수습해 나가면서 살아나가는 것 같습니다.
질문을 했던 내담자의 고민을 저는 대학원 4학차 쯤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 보통 사람들은 미리 멀리 보고 시작하는구나' 싶어서 제 자신이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뭐.. 누군가가 저 같은 사람을 보면 대책 없이 사는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겠네요..
오늘 소개하는 곡은 Nujabes의 <Light on the Land>에 샘플링된 원곡입니다. Nujabes의 앨범을 듣고 있으면 샘플링 원곡을 찾아서 또 듣게 됩니다. 누자베스도 처음부터 어떤 음악을 듣고 곧바로 멋진 트랙을 만들어내진 못했을 겁니다. 처음엔 원곡에서 발췌한 음원으로 만든 단순한 몇마디의 반복이었을 거고, 그 과정을 수 없이 거쳐 지금 우리가 듣는 온전한 한 트랙이 되었겠죠.
또, 누자베스의 인터뷰를 살펴보면,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전문용어를 좀 덜어내고 의역하자면 '어떤 솔루션 툴로 원곡의 일부를 간편하게 분리할 수 있는데 작업을 계속 하다 보니 그 방식은 자신이 직접 손으로 분리해 내는 것과 엄청난 차이가 있더라' 는 이야기 였습니다. 무언가를 해 봐야 알게 되는 영역도 분명 존재한다는 겁니다.
삶을 살아가는 다양한 방식이 있지만 많은 영역에서 논란의 여지 없이 통용되는 방식 중에 하나는 '그냥 해 보는 것' 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속에서 생기는 경험들은 각자의 케미컬에 따라 또 다를 것이고 그 경험을 대하는 태도 또한 다를 뿐, 어떠한 인사이트보다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 먹어 본 경험만큼 강렬한 건 없는 것 같아요.
베이스 연주자인 Larry Ridley의 <Feelin' Blue> 역시 좋은 소리입니다. 가공을 거치지 않은, 사람이 연주한 원곡 그 자체라 그런지 질감이 좋습니다. 인트로의 피아노소리, 멜로디를 끌어가는 색소폰의 소리, 어쿠스틱 베이스의 터치 덕분에 차가움이 느껴지지 않고 몽글몽글 따듯한 것이 요즘 날씨에 참 좋네요. 특히 말랑말랑 만져지는 건반소리가 너무 좋습니다.
양드림.
ps
이 공간에 아버지에 대한 이슈를 고해성사 하면서 받았던 수많은 전략과 팁(?) 그리고 위로와 공감을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중이 제 머리 깎지 못한다고 저의 마음 속을 아무리 들여다보고 소화하려해도 잘 안되는 건 어쩔 수 없나봅니다. 그래도 덕분에 현명하게 잘 지나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