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안녕하세요. 양입니다.
심리상담은 접수면접을 거쳐야 본격적으로 상담이 시작됩니다. 매번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첫 만남인 접수면접에서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 하는 고민보다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걱정이 앞섭니다. 이야기 거리는 어차피 메뉴얼이 있기 때문에 꼭 물어봐야 하는 사항을 하나씩 짚고 넘어가면 시간이 모자를 지경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지만 그 오고가는 문답 속에서 상대방의 성향을 빠르게 눈치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 성향이라는 것은 디테일하고 대단한 것은 아닙니다. 크게 두가지 방향이 있는데요. 이 상담 현장에서 내담자에게 '인지적 교육'으로 접근할 것인지, '감정적 위로'로 접근할 것인지 그 내담자의 성향을 판단해야 합니다.
감정의 깊은 골 없이 고민하는 사람에게 감정적으로 접근해 위로하고 공감하면서 어떤 기분이시냐, 어떤 감정이냐 물어보고 속마음을 끄집어내려 한다면 오히려 내담자가 방어적으로 상담에 임하게 됩니다. 마치 상담사의 질문에 정답 같은 대답을 해야 할 것만 같고 감정 표현에 서툰 내담자는 답답함을 느끼고 불쾌감도 느낄 수 있죠.
반대로 감정적 위로가 필요한 사람에게 문제를 직면하게 하고 계속 논리적인 질문만 하면 대화를 통해 내면의 깊은 곳에 자리한 진짜 문제에 도달하지 못합니다. 저는 F보다 T 성향이 강한 사람이라 처음 상담 공부를 시작했을 때 매번 해결중심으로 접근하는 바람에 많이 혼났습니다. 딱봐도 문제가 여기에 있는데 감정에 파묻혀 문제를 보지 못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훈련(?)을 통해 감정적 위로와 공감이 얼마나 큰 힘이 있는지 알게 됐습니다. 그저 내담자의 감정에 집중해서 잘 따라가고 그 감정을 알아보고 공감하는 과정으로 상담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 결과 내면 아래에 있는 진짜 문제를 함께 만나는 것이 얼마나 큰 뿌듯함을 주는지 알게 됐죠.
이런 과정을 겪으니 이제는 오히려 문제해결 중심의 상담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됐습니다. 내담자의 고민에 즉각적으로 현명한 대답을 해야 하고 머리에 얼기설기 엉켜있는 온갖 지식들을 잘 끄집어내어 그럴 듯한 조언을 해야 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특히 제가 경험하지 못한 영역의 문제라면 더더욱 어려움을 겪게 되더라고요.
사람의 마음을 공부했다고, 내담자와 몇 마디 섞어 봤다고 아는 척 하고 문제 해결을 하려 했던 초창기의 제 모습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알게 됐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이 주변 사람의 고민을 대할 때 그냥 그 고민을 들어주고 힘든 것을 알아주고, 공감해주기만 해도 절반 이상은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변에 힘든 사람이 있다면 그냥 알아봐주시고, 그 사람에게 내가 알아주고 있다고 잘 표현해보세요. 생각보다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양 드림.
ps.
'그래도 나는 T성향이 너무 강해서 그렇게는 못하는데요...' 하시는 분들은 타이밍만 기억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힘들다, 슬프다 혹은 화난다 짜증난다 등의 감정에 지배 되어있는 사람은 논리적인 작동이 어려우니까요. 잠시 그 사람의 기분이나 감정을 궁금해하시고 그냥 따라가 보세요. 그리고 그 타이밍이 지나면 그때 은근하게 스리슬쩍 조언해 보세요. (그게 되면 T겠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