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안녕하세요. 양입니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자주 보는 친구들이 아니고 고등학교 동창들이니 정말 오랜만에 가까운 거리에서 눈을 맞대고 대화를 할 수 있었습니다. 대화의 주제는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아저씨 다섯이 모여서 그런지 '일'에 대해서 그리고 '아빠'가 되는 것에 대해 한참을 떠들었습니다.
20대 초반 부터 한 직장만 다닌 친구도 있고, 평생을 프리랜서로 일하는 친구도 있었고, 자영업을 하는 친구 까지. 어떻게 이렇게 마침 제각각 모였는지 각자가 각자의 삶을 부러워하면서도 누가 더 힘든지 겨루기도 하면서 아무 의미 없는 소모성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또 다음 주제로 넘어가서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 결혼은 했지만 아이가 없는 사람, 결혼도 하고 아이도 있는 사람, 아이 계획이 아예 없는 사람. 마치 이 술자리를 누가 기획이라도 한 듯, 비슷한 사람이 한명도 없었을까요. 때론 웃기도 하고 때론 언성도 높여 가면서 그렇게 술자리가 무르익었습니다.
저는 이런 자리가 있으면 보통 관찰자의 역할로 그 자리를 지킵니다. 역시 말을 하는 것 보다 듣는 것이 적성에 맞긴 한가 봅니다. 그렇게 이놈 저놈 시끄럽게 떠드는 것을 듣다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삶을 대하는 태도가 이렇게나 다르구나. 성격이라는 것이 참 이렇게도 다르고, 타고난 기질도 이렇게나 다르구나.
일을 하는 방식도 그렇고 아이를 낳을지 말지 고민하는 것도 그렇고 어느 하나 정답이 없는 문제입니다. 우리는 그 문제들을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나가고 있고요. 그렇다보니 정말 다양한 형태의 삶이 존재합니다. 비슷한 환경에서 자라서 고만고만하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도 이렇게나 다른 삶을 살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 삶을 대하는 태도도 너무나도 다르니 같은 갈림길에서 만나도 우리는 귀신같이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서로의 삶을 감히 이해할 수 없었죠. 아이를 낳아서 기르는 행복이 얼마나 큰지 가늠할 수 없었고, 한 직장을 15년 넘게 다닌 그 감각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내가 좋은 부모가 될 수 없다는 두려움도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결국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 살아가야 하는 건가 싶다가도, 양극단은 결국은 만나게 된다고 내가 어떠한 삶도 완벽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만나니 오히려 이해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냥 '음 그렇게 살아가고 있구나' '너 참 고생이 많구나' 하고 넘어갈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나는 어떤 태도로 삶을 살고 있는가. 또, 누군가는 나의 삶을 두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 이런저런 생각이 깊어진 날이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저의 삶을 대하는 태도가 마음에 듭니다. '태도'라는 말이 복잡한 단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딱 어떤 태도라고 설명하기 어려운걸 보니 꽤나 심오한 주제네요. 언젠가는 저의 태도에 대해서 정리를 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아무튼 뭔진 몰라도 마음에 들고 좋아요.
양 드림.
ps.
음악을 대하는 태도라고 하면 자미로콰이가 먼저 떠오릅니다. 10년전에 라이브를 봤을 때 이제는 할아버지가 되어서 힘에 부친 모습을 보았는데 그럼에도 여전히 무대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2025년인 지금도 여전히 에너지 넘치는 할아버지인 걸 보니 대단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