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안녕하세요. 양입니다.
최근 상담을 하면서 만나는 내담자들이 자녀와의 트러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우연의 일치일지는 모르겠으나 모두 딸 아이와 지내기 너무 어렵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나이도 다양해서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천차만별인데, 딸 아이가 너무 예민하고 자신을 공격한다고 느끼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낳은 아이인데 나를 공격하다고 느낀다니 얼마나 심리적 고통감이 컸으면 그런 표현을 했을까요.
상담이라는 것 자체가 상담사가 문제를 해결해주거나 답을 내어주는 형태는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내담자가 알아서 문제를 해결하고 답을 찾아내도록 돕는 거죠. 그럼에도 상담사는 상황에 맞게 적당한 조언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 강렬합니다. 특히 이런 심리적 고통이 강한 문제들에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저는 자녀는 커녕 결혼 생활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딸을 키우는 부모의 마음은 어렴풋이 아는 수준입니다. 그냥 저와 어머니의 관계를 생각하면서 간접적으로 부모의 마음을 공감하는 수준이죠. ('너도 너 같은 아들 낳아 키워봐라'는 말을 제일 많이 들음)
그래서 가장 가까운 모녀 사이부터 인터뷰를 해봤습니다. 단연코 제가 아는 모녀지간 중 가장 불같았던 사이가 아닐까.. 싶기도 했고 가장 접근하기 쉬운 사람들이니까요. 덕분에 누나에게도 오랜만에 전화를 하고 어머니와도 통화를 했습니다. 40년이 넘는 세월에 걸친 모녀지간을 전화통화 하나로 이해하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결국 관통하는 무언가는 '결국은 부모가 참는다' 였습니다.
누나는 어머니에게 너 같은 딸 낳아서 너도 고생 좀 해봐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듣고 자랐고 지금은 중학생 딸을 가진 엄마입니다. 그런 누나가 자신이 소싯적에 엄마와 끝없는 혈투를 벌였을 때를 돌이켜 보니 결국은 부모가 졌고(져 주었고) 시간이 지나 서로 미안해 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더라고요.
지금 누나는 조카와 굉장히 잘 지냅니다. 싸우는 일도 없고 조카도 꽤 똑부러지게 자기 할 일을 하는 편이고요. 누나가 말하는 딸과 잘 지내는 그 비결(?)은 딸이 마치 어른인 것 처럼 대우하고 존중하면서 대화를 한다고 합니다. (아니.. 이렇게 현명한 사람이 아니었는데 분명...) 이렇게 설명을 하다보니 어렸을 때 자신이 이런 대우를 받아보지 못해서 그런가 싶은 마음도 공유해 줬고요.
생각해보면 부모가 져 준다는 말도 참는다는 말도 다소 권위적인 말입니다. 자녀를 아랫사람 취급하고 강압적으로 대한다거나 자녀가 현명하지 못하다는 것을 은연중에 표현할 수도 있겠고요. 요즘 아이들은 아는 것도 많고 습득력도 흡수력도 빨라서 아마 귀신같이 알아채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럼 부모가 논리적으로 어른의 입장에서 현명한 조언을 해주고 싶어도 이미 자녀는 감정적이고 소모적인 진흙탕 싸움으로 끌고 가고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부모가 어른 된 입장에서 자녀에게 다소 강압적이거나 권위적인 말을 해야할 때도 있겠습니다만, 매도 못드는 요즘 권위적인 부모는 자녀와의 관계가 쉽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오히려 어린 자녀라고 해도 아주 동등한 위치에서 대화를 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할 것이고 부모가 이렇게 마음을 내려 놓으면 분명 자녀의 메시지를 받아들일 때의 감정도 달라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님도 부모님 혹은 자녀와 잘 지내고 계신가요? 이야기를 하다보니 결국 자식 이기는 부모 없고 다 부모 잘못인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부모님도 아이를 키우는 건 처음이니까 그렇게 실수하고 서로 상처주고 지지고 볶고 사는 것이겠죠. 돌이켜 보니 추억인데 이렇게 추억이 되기 까지는 엄청난 사랑이 뒷받침 되어있었다는 것도 잊으면 안되겠습니다.
양 드림.
ps
이제 월요일 아침에 레터를 보낸다고 하니 받는 사람들의 기분이 조금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금요일에 비해서 월요일은 아무래도 마음이 무겁긴 할테니까요. 그래서 좀 더 재밌는 글이거나 즐거운 음악을 소개해야하나 고민을 했습니다만, 아직은 좋은 방법을 딱히 모르겠습니다. 그냥 일단 이렇게 한동안 지내보시죠. 잘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