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영화관에 가서 애니메이션을 봤습니다. 제목은 <룩 백>. <체인소 맨> 이라는 만화로 유명해진 후지모토 타츠키라는 작가의 단편 만화입니다. 물론 <체인소 맨>을 정말 재미없게 봐왔기 때문에 (?) 그렇게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만, <룩백>을 보니 이런 좋은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작가였나 다시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숏폼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에 이렇게 긴 몰입을 했다는 점만으로도 훌륭한 콘텐츠였습니다.
저는 이야기 중에서도 '사람 사는 이야기'를 가장 좋아합니다. 그냥 내가 겪었고 너도 언젠가 겪었던 그런 시시콜콜한 내용으로 짜여진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그런 이야기들의 장점은 순식간에 독자를 작품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이야기를 만나면 '나도 그랬었지' 따위의 묘한 동질감을 느끼고 '괜찮아 그럴 수 있어' 등의 서툰 위로를 할 수 있게 됩니다. <룩백>은 이야기가 시작된 첫 프레임 부터 저를 순식간에 영화 안으로 끌고 들어갔습니다.
이야기에 초반 부분을 보면 두 주인공의 각기 다른 네컷 만화가 나란히 있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그 두 줄의 네컷 만화는 서로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주인공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너무나도 다르고, 겪고 있는 현실이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렇게 보여주는 방식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렇게나 다른 네컷 만화가 나란히 붙어서 연재 되고 있는 장면은 아마도 이 이야기의 모든 부분을 혹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의 전부를 설명할 수 있는 장면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서로 너무 다른 사람이고 그렇기 때문에 서로 너무 필요한 존재이면서 동시에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을 살아갑니다.
저는 좋아한다는 것 만으로는 함께 살아갈 수 없다는 류의 말을 싫어합니다. 정확하게는 순서가 잘못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필연적으로 함께 살아가야만 하는데 그 함께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 좋아한다는 것이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만으로도 서로 이해할 수 없는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른이 될 수록 오늘 본 이 만화를 잊지말고 떠올려야지 다짐 해봅니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상대방을 좋아하는 그 마음 하나로 해야만 하는 일을 씩씩하게 해나가고 누군가와 함께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너그러운 어른이 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