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안녕하세요. 양입니다.
정말 정말 뒷북인 거 알고 있는데요. 요즘 AI(제미나이)와 대화하는 것을 시작했습니다. 목적은 일일히 하나하나 매뉴얼을 찾아서 분석해야했던 각종 심리검사 자료를 분석하기 위해서였죠. 특히 MMPI-2 같은 검사의 경우는 척도가 많은데다가 서로 연결 되어 있는 부분도 있어서 면밀히 살펴 봐야 하는데, AI의 힘을 빌리면 좀 도움이 될까 싶었습니다.
하나의 검사 결과만으로는 유의미한 가설을 세울 수 없기 때문에 다른 검사 자료도 함께 분석을 해봤습니다. 상담 현장에서 많이 쓰는 TCI를 포함해서 각종 투사 검사도 훌륭하게 분석을 해주더라고요. 그럼에도 여전히 공부를 놓을 수는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제미나이의 분석을 꼼꼼히 살펴보면 생각보다 많은 오류가 있어서 잘못 된 점을 짚어줘야 했거든요.
마침 주말에는 'MMPI를 통한 자기이해' 라는 주제로 워크숍이 있었습니다. 내담자의 검사결과가 아닌 저의 검사결과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일요일 하루 간신히 쉬는 저에게 부담스러운 시간이었지만, AI와 심리검사 자료를 가지고 노는(?) 와중에 또 다른 가르침이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공부 차원에서 각종 심리검사를 받아 봤지만, 이렇게 저의 MMPI-2 프로파일을 보면서 하나하나 뜯어 본 것은 처음입니다. 물론 처음 검사 결과를 받았을 때도 면밀히 살펴 봤지만 큰 특이점이 없어서 재미없는 프로파일이라고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이번에 재밌는 부분을 발견하기도 했고요.
일전에 저의 '무관심'론에 대해 기억하시려나요. 양극단은 만나게 된다고, 상대방에 대한 최고의 관심은 무관심에 가깝다고 이야기한 내용이요. 상대방에 대한 최고의 존중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일 겁니다. 그런데 그 존중을 계속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상대방이 어떤 행동을 해도 저와 '무관'한 상태가 되고, 제가 상대에게 되려 '무관심'한 것 처럼 보이는 그런 상태를 이야기 했었죠. (물론 순서가 중요합니다. 냅다 '무관심'하면 그건 무관심한 거니까요...)
제가 그 무관심론에서 느꼈던 어두운 면은 '염세'와 '회의'의 감정입니다. '세상 모든 것은 나에게 영향을 끼칠 수 없다'고 믿는 오만함도 포함되어 있고요. 이번 워크숍에서 그 어두운 면들이 고스란히 심리검사 결과에 나타났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덕분에 제미나이와 신나게 그 주제에 대해서 떠들었고요.
제미나이는 저의 '무관심'론을 존중과 관심이 무관심이라는 양극단을 만난 것이 아닌 '급격히 전환한 방어의 역동'으로 보더라고요. 아래는 민감한 정보들을 제외하고 편집한 제미나이와 저의 말싸움(?)의 결론입니다. 이 결론에서 각종 염세와 회의감 그리고 오만함을 발견할 수 있죠 ㅎㅎ... (어허.. 이놈아.. 좀 치는구나... 아프다..)
(...)
100(과도한 존중과 관심)을 감당할 수 없어
0(나와 완전한 무관함)으로 도피해 버리는 '양극단의 만남'이 발생한 것입니다.
이는 겉보기엔 성숙한 존중이나 무관심 같지만,
그 이면에는 대상에게 휘둘리거나 상처받지 않으려는
매우 취약하고 처절한 생존 전략입니다.
타인에게 상처받았다는 '피해자'의 위치에 머무는 것이 아닌,
상대방과의 거리를 무한대로 벌리고 무관심해짐으로써,
초연한 '관찰자'의 위치로 합리화합니다.
아무튼 오늘도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걸 느낍니다. 맨날 심리검사 결과로 내담자 뼈 뚜들기다가 오랜만에 맞으니까 아프네요. 저도 좀 살살 하겠습니다 이제...
양 드림.
여전히도 상담 혹은 심리검사 신청이 가능합니다. 언제든 편하게 신청해주십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