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안녕하세요. 양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심리 상태를 들여다 보면 당연하게도 '이 사람은 왜 이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을까?' 따위의 고민을 하게 됩니다. 그 고민을 근거 기반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상담을 구조화 하고 개념화 하면서 여기저기 산발 된 정보를 정리합니다. 내담자의 어린시절 경험 부터 시작해서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들을 맥락에 맞춰 잘 정렬하고, 추가로 각종 심리 검사를 들여다 보면 조금씩 상담의 윤곽이 생기기 시작하죠.
특히나 사례 발표를 위해 보고서를 정리하다 보면 축어록도 정리해야 하고 다양한 자료를 근거로 제시해야 하기 때문에 당시에는 그냥 흘러갔던 내담자의 언어가 이상하게 눈에 띄고 상담 전체 맥락에서 핵심적인 부분이 될 때가 많습니다. 그런 언어들이 검사 결과에 여지없이 숫자로 표현 되어 있고요.
계속 여러 심리검사 자료들을 쳐다보고 있으면 결국 '수치'만 보입니다. 특히 MMPI-2나 TCI같이 자기보고식(수검자가 설문지에 예 아니오 혹은 점수로 응답하는 형태) 검사는 명확한 숫자로 데이터를 정리해서 보여주기 때문에 더욱 '수치'에 매몰 됩니다. 프로파일마다 여러 영역에서 이런 저런 수치가 딱 정해져 산출 되어 있으니 이 사람이 불안한지, 우울한지, 분노가 가득한지, 등 계속해서 평가만 하게 되죠.
마치 이것이 고유하고 객관적이고 명확한 수치인 것 처럼 여기게 됩니다. 하지만 이 검사의 결과는 아이러니하게도 매우 '주관적인 것'임을 간과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매우 주관적인 관점에서 MBTI를 실행하면 주변에서 '엥? 니가 INFJ라고?' 같은 반응이 나올 수도 있는 것처럼 말이죠. 아주 가까이 지내는 사람이 나 대신 MBTI를 봐주는 것이 더 '객관적'인 나의 성격유형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종종 하니까요.
물론 MBTI보다 훨씬 신뢰도나 타당도가 높은 검사인 MMPI-2나 TCI 같은 검사들은 아무리 주관적으로 검사에 응답해도 적절히 거짓말(?)도 잡아낼 수 있기 때문에 조금 더 믿을 만한 수치인 것은 확실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검사 결과는 수검자의 '주관적'인 보고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검사를 해석하는 상담사 입장에서도 이 수치들이 마치 아주 객관적인 수검자의 상태인 것 처럼 생각하게 됩니다.
검사 결과는 아주 객관적인 진리의 숫자가 아니라, 수검자가 상담사에게 언어로 '내가 우울하고요~ 불안하고 또 화도 납니다.' 라고 말하는 것의 아주 조금 보조를 해주는 정도라고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수검자가 상담사에게 '글쎄 우울하긴 한데요. 10점 만점에 한 7점 정도 우울한 것 같아요.' 라고 검사 결과지를 통해 보고하는 것이죠.
차갑고 딱딱하고 숫자와 그래프만 늘여져있는 검사 결과지에서도 내담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는 걸 조금 깨닫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요즘 상담하면서 T성향이 자꾸 불쑥 불쑥 올라오는데, 사람의 목소리로 생각하고 검사 결과지를 살펴봐야 겠다고 조금은 반성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아주아주 기본적인 이야기이기도 한데, 가끔 이 숫자들에 매몰 되어서 내담자와 대화하게 되면 여지 없이 늪에 빠져 대화가 이상하게 흘러가기도 하니까요.
글을 쓰다보니 다소 재미없는 내용이네요. 보고서를 쓰다보니 이런 글도 저는 재밌는 지경이어서.. 억지로 글을 마무리 짓기 위해 일상에 대입 해보자면, 조금 귀 기울여 들어보자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어떤 단어에 매몰 되고 기분에 매몰 되지 않고, 상대방이 하는 이야기에 목소리에 좀 더 귀 기울여 보면 나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분명 알 수 있을테니까요.
안그래도 다소 재미없는 내용인데, 너무 긴 글이 될까 개인적인 이야기는 덜어냈습니다. 다음 편지에는 제가 개인적으로 깨달은 제 가치관의 오류에 대해서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귀 기울여 상대방의 말을 듣다 보니까 이제 좀 알겠더라고요.
부끄럽지만 오늘 보다는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고해성사 좀 하겠습니다.
양 드림.
여전히 심리상담 혹은 심리검사 신청이 가능합니다. 언제든 편하게 신청해주십쇼!
여전히 저는 하드한 록 음악만 듣고 있지만, 여름이기도 하고.. 해서 남미의 사운드를 가져왔습니다. 중간에 건반의 오부리(즉흥연주라는 뜻)가 아주 오브리가도~ 입니다.
점점 나락으로 떨어지는 오픈율과 클릭률.. 그리고 구독자 수를 외면하기가 어렵긴 해서 기나긴 록 강점기에서 해방 시켜드릴까 합니다. 정 제 마음이 안되면 (정신차려 제발..) 좀 시원하고 밝은 록으로라도 선곡 해볼게요. (그만해 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