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길다 11 Feb, 2022 ∙ 1461 Subscriber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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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풀렸다. 추위를 싫어하는 내가 겨울이 오면 좋은 건 스키뿐이다. 올해는 스키장도 두 번밖에 못가서 그런가 겨울이 길다. 앞으로 스키장 계획은 없으니 봄은 생각보다 늦게 올 것 같다. 어디서 봄을 발견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때 내 마음도 봄과 같기를 바란다.
올해는 왠지 모르게 어떻게 지나갈지 궁금하다. 점술에 관심 없는 내가 엄마에게 혹시 올해 내 사주를 알아봤는지 묻기도 했다. '올해는 물을 조심해라, 올해는 동쪽으로 가지 말아라.' 했던 엄마였는데 2022년은 아직 안 봤단다. 대한민국 카페 같다. 찾으면 없다.
오랜만에 부모님 집에 다녀왔다. 쌀(우리집 개)가 좋아 죽겠단다. 처음에는 여느때처럼 그런가보다 했는데 녀석이 집에서 1시간이 지나도록 나만 졸졸 따라다녔다. 산책 가자는 것이였다. 춥다는 핑계로 통 밖을 못나갔다 보다. 이렇게나 아련한 눈빛으로 종일 날 쳐다보는 것 처음이였다. 늦은 밤 집에 도착한 나는 피곤했지만 결국 집밖을 나섰다. 문득 쌀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바라는 것을 원없이 표현하고 실천하는 태도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나보다 낫다. 도도한 우리집 야옹이는 도도하게 틱틱거리며 바라는 걸 이뤄내기는 것 같기도 하지만.
봄이오면 비가 실컷 쏴아! 내리는 걸 보고 싶다. 오랜만에 우산없이 비 맞으며 뛰고 싶다. 그리고 집에와서 샤워하고 따뜻한 코코아 한 잔. 그때 비로소 '봄이 왔구나'하며 실감할 것 같다.
+하루에 50번씩 피드백을 확인합니다. 동물은 음식을 먹고 살지만 저는 피드백을 먹고 삽니다. 그렇습니다. (피드백은 뉴스레터 하단에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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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Music by 을지로 도시음악
He’s The Greatest Dancer by Sister Sle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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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Novel by 단편서점
킬러, 조 기자 2부: '킬로 조의 첫 살인'(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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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Event by season & work
창업자 인터뷰, <상인의 시간>
청년 경제 강연, <나는 왜 돈이 없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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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코 음반 중에서 좋아하는 타입을 고르자면 역시 셔플기타 사운드다. 소위 쨉쨉이 기타라고 하는 소리인데 박자를 잘게 쪼개고 강세를 줘서 특유의 디스코 리듬과 어우러지게 치는 기타 기법이다. 그 중 나일 아저씨의 기타소리가 참 좋다. 아주 클린한 소리를 내면서도 피킹을 특이하게 해서 특유의 통통 튀는 톤이 나오는 게 매력이다.
예전에도 소개했던 Chic가 프로듀싱한 70년대 걸그룹(?)이 있다. 바로 Sister Sledge. 이번에 소개하는 곡은 디스코 음악 답게 재즈 같은 세련됨과 더해 춤추기 좋고 흥겹다. 게다가 나일 아저씨의 셔플기타 소리까지!
곡의 내용은 제목 그대로 춤을 엄청 잘 추는 매력적인 남자를 묘사하는 노래. 아도니스(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미소년) 저리가라 할 몸매에 할스턴, 구찌, (이때도 구찌는 먹어줬구나) 피오루치를 걸친 멋쟁이가 춤까지 잘 춘다는 이야기다.
이 앨범의 뒷면은 <We Are Family>라는 곡. 가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진짜 친 자매들로 구성된 그룹이다. 이렇게 가족임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도 그럴 만한 게 엄마가 운전을 하면서 매니저로 활동을 도와줬고 첫째 언니가 프로듀싱을 했다.
Sister Sledge. 실제로 슬렛지 성을 가진 네 자매다. Debbie Sledge (54년생), Joni Sledge (56 년생), Kim Sledge (57 년생), Kathy Sledge (59 년생) 이렇게 네 명. 아버지는 댄서였고, 어머니는 배우였다. 게다가 외할머니가 소프라노로 활동하셨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조기교육 받아왔다. 네 명 다 같은 고등학교 같은 대학교 같은 교회를 다녔고, 교회에서 그룹을 결성하면서 노래를 불렀다.
70년대 초에는 그럭저럭 성적을 내왔지만 Sister Sledge의 전성기는 Chic의 나일 아저씨와 버나드 아저씨를 만나면서부터 시작된다. Chic를 소개했을 때 살짝 언급했던 부분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He’s Greatest Dancer> , <We Are Family> 등이 Chic스타일로 만들어진 음악이며, 수록된 앨범이 대박을 쳤다.
+<Bet Cha Say That to All Girls> by Sister Sledge
알 제로 아저씨와 같이 부른 <Bet Cha Say That to All Girls> 기타소리가 통통 튀는 게 흥겹고 귀엽다.
기타소리만 들어도 나일 아저씨 냄새가 풀풀 난다. 참고로 노래가 엄청 좋다. 세 번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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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손석구
출연 임성재, 변중희, 오민애, 최희진, 김자영
개봉 2021
길이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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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프레임드> 시리즈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시리즈', 국내 드라마 및 예능은 '티빙', 최근 화려하게 부활한 SNL을 앞세운 '쿠팡 플레이' 등 ‘대OTT의 시대’에 맞춰서 여러 플랫폼이 각자의 스타일을 앞세워서 여러분에게 구독을 강요하고 있다. (좋아요, 알람설정 강요 안하는게 다행) 몇몇 분들은 이미 짐작을 했겠지만, 나는 단편극장을 쓰면서 왓챠를 정말 많이 애용하고 있다. 왓챠가 작년 초부터 단편으로 집중을 하더니 작년 말에는 <언프레임드>라는 자체 프로젝트까지 진행하였다. 박정민, 손석구, 최희서, 이제훈 네 명의 배우가 프레임에서 벗어나 직접 이야기를 쓰고 연출한 숏필름 프로젝트이다. 이번 2월 동안은 이들이 만든 흥미진진한 단편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한다.
에이비의 감상 노트
나이든 이모와 조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 시기가 되어버린 수인. 둘은 모자처럼, 아니 재방송하는 드라마를 보면서 친구처럼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허물 없는 사이다. 오늘은 수인에게 미션이 있다. 이모의 외손자인 성빈의 결혼식까지 무사히 모시고 가는 것. 그렇게 엄마의 언니를 담당하게 된 조카와 왠지 모르게 손주의 결혼식에 가는 것을 피하는 것 같은 할머니의 동행이 시작된다.
왜 제목이 <재방송>일까? 나에게 재방송의 이미지는 예측 불가능한 시간과 장소에서 나에게 이미 익숙해지고도 남은 것들을 다시 보여주는 느낌이다. TV를 틀면 이미 내용을 다 외우고 있는 예능과 영화같이 큰 의미가 없는 반복의 연속들. 이런 의문은 엔딩 크레딧이 끝나고 나서야 풀렸다.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그런 슬픔과 이별. 이것이 손석구 배우가 <재방송>이라는 말을 제목으로 쓴 의미일 것이다. (나의 짧은 견해로 보자면!)
한여름에 큰 한복을 둘러 입은 할머니와 그리 크지 않은 가방에 반찬들을 꽉꽉 채운 남자가 길을 걸으며 주체할 수 없이 흐르는 땀을 닦는다. 둘의 눈빛과 얼굴에는 참 많은 것을 담고 있지만, 덤덤하게 목적지를 향해 나간다. 그렇게 길을 걸으면서 재방송처럼 반복될 상실의 슬픔에 대한 서로의 교감은 요구르트와 우산을 챙겨주는 유대로 이어지게 되고 그 유대를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답을 내릴 수 없는 그 감정들에 대한 큰 위안이 되는 따뜻한 영화. 최근 들어 남들이 알게 모르게 정신적으로 참 힘들었던 나에게 큰 위안을 준 작품이었다. 여러분들도 왠지 이유 없이 울고 싶거나, 흘러 넘치는 그 감정이 주체가 되지 않는 날에 이 영화를 보면서 위안을 얻기를 바란다.
에이비의 영화 포스트잇
개인적으로 <언프레임드> 시리즈 중에서 가장 의외의 작품이라 생각한다. 세련된 기법과 편집들이 돋보인 다른 작품들에 비해 굉장히 덤덤하고 잔잔한 작품이었다. 손석구 배우는 이 작품의 연출 포인트를 ‘진짜를 보는 느낌’이라고 했다. 그래서 촬영 장소와 미술에 크게 신경을 썼고 연기는 최대한 리얼하게 요구하였다고 한다. 그러면 혹여 부족한 부분들이 있어도 많은 것들이 보완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으로 임성재 배우와 변중희 배우가 밥을 먹는 장면을 뽑으셨는데, 이 장면만 보아도 영화가 완성이 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그 장면을 다시 보니 이 영화의 모든 메세지들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손석구 배우는 이 프로젝트의 시작점이었던 이제훈 배우의 사무실에 놀러갔다가 이 프로젝트 이야기를 듣고 참여하게 되었다고 한다. 과거 연출 준비를 하면서 큰 부담감에 사로잡혀 큰 트라우마를 가지고 연출에 대한 꿈을 접었는데, 이번 프로젝트로 그 트라우마가 많이 치유된 것 같다고 한다. 기회가 된다면 장편도 만들어 보고 싶다고 말씀하셨는데, 이미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펀딩하시죠!)
에이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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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조 기자>
2부: '킬로 조의 첫 살인'
2회
글. 아니 ‘글자’의 힘은 그것이 가진 것에 비해 너무 강력하다. 어떻게 보면 그냥 종이와 잉크, 종이와 흑연의 마찰의 흔적일 뿐이다. 그러나 그 흔적에 인간이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복권 당첨 영수증이 될 수 있고, 수많은 사람을 끔찍한 지옥으로 몰아넣는 전쟁의 시작이 되기도 한다.
[어린이집에서 대마초를 피운 20대 보육교사 이 씨, 숨진 채 발견]
시사 잡지 속 짧은 한 줄의 글이 조용희의 평화로운 주말을 깨트렸다. 아니, 용희의 주말은 깨졌지만 애써 모른 척했다. 직장인에게 주말이 어떤 존재인지를 아는 사람이라면 용희의 노력을 알 것이다. 조용희는 우선 해당 기사가 적힌 페이지를 제외하고 나머지 페이지만 읽었다. 주간고려를 다 읽고, 기사들을 프린트한 용지들도 꺼내서 한참을 읽었다. 그리고 가끔은 노트북으로 무언가를 검색도 했다.
바리스타는 오랜만에 찾아온 친구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다. 노트북 모니터랑 A4 종이를 바라보는 용희의 미간은 구겨져 있었고, 가끔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에는 힘이 가득 실렸는지 타건음이 거칠었다. 바리스타는 용희에게 무슨 일이 있나, 걱정됐다. 하지만 손님들이 많아지자 바리스타도 더 이상 용희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결국, 바리스타가 다시 대화를 나눈 것은 용희가 카페를 나설 때였다.
“갈게.”
용희는 가방이 걸리지 않은 쪽의 팔을 살짝 들며 말했다. 가게에 들어올 때와 달리 건조한 말투였다. 바리스타는 다음에 다시 오라는 말로 인사를 하고 용희가 있었던 테이블을 치우러 갔다. 테이블 위에는 한 모금 정도밖에 마시지 않은, 차갑게 식어버린 커피가 그대로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용희는 가방을 식탁 위에 놓고는 바로 침대에 누웠다. 머리가 아팠다. 카페에서 다른 기사를 많이 읽었다. 운전하는 도중에 시끄러운 음악도 틀어보고 라디오를 켜서 DJ의 멘트도 들어봤다. 그리고 평소에는 하지 않았던 내비게이션과 말다툼도 했다. 당연히, 자신을 추월하는 모든 자동차와 경쾌한 질주를 방해하는 온갖 신호등에도 욕설을 내뱉어보았다. 하지만, 머릿속에서 단 한 줄의 기사 제목을 지우는 데 실패했다. 그 제목 안에 죄 없는 한 사람의 죽음이 담겨 있다는 사실이 용희를 괴롭혔다.
조용희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저녁 8시였다. 잠깐 잠든 사이, 오후 시간이 지나갔다. 용희는 아직 뻑뻑한 눈을 비비며 냉장고를 열었다. 용희가 식탁에 꺼내 놓은 것은 딸기 잼을 바른 식빵과 잭 다니엘스 허니와 토닉워터를 섞어 만든 하이볼이었다. 막 일어나서 입안이 건조해 하이볼을 먼저 마셨다. 그리고 식빵을 물었다. 단것을 먹어서인지, 알코올 때문인지 몰라도 잠들기 전보다 기분이 조금은 좋아진 것 같았다. 간단한 저녁 식사를 마친 용희는 하이볼만 한 잔 더 만들었다. 그리고 가방에서 꺼낸 노트북을 펼쳤다. 하이볼 한 모금 마신 다음, 용희는 메일함에 들어갔다.
+글소개: 29살 조 기자의 성장형 액-숀 활극.
최현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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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조 기자> 1부, prologue: '킬러 조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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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커피그림> 연재완료
+글소개: 29살 정민과 27살의 상민의 여름 날. 그리고 카페 ‘커피그림’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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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청년 경제 강연 <나는 왜 돈이 없을까>
01 - 이선호 과학커뮤니케이터 / 6.28(월) "4차 산업혁명이 온다는데 온 거야 만거야"
02 - 김얀 작가 / 7.1(목) "사회초년생! 오늘부터 '돈'독하게 모아보자!"
03 - 김찬호 교수 / 7.5(월) "나는 왜 돈이 없다고 생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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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과일 season & work heavyfeather.doc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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