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안녕하세요. 양입니다.
주말에 우연히 정해진 술자리에서 적당히 술을 마시고 2차 장소를 향해 움직였습니다. 2차 장소는 멤버들의 상태를 감안해 술도 팔고 차도 파는 곳을 찾았습니다. 적당한 분위기에, 앉아서 이야기 나눌 수 있고, 각자 마시고 싶은 음료를 마실 수 있는 그런 공간이면 충분했기에 쉽게 그런 곳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대략의 니즈를 맞춘 2차 장소는 아주 훌륭한 가게였습니다. 정확히는 '북카페'였고 맥주와 간단한 안주도 파는 그런 가게였습니다. 마치 사장님이 종종 먹고 마시는 것을 리스트로 만들어 놓은 것 같은 메뉴판 덕분에 멤버 모두가 원하는 음료를 마실 수 있었습니다.
북카페여서 책이 꽤 많이 있었는데, 사장님의 취향이 적나라하게 보이는, 흡사 누군가의 서재를 구경하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특히 책마다 붙어있는 사장님의 쪽지가 재밌었는데, 책을 추천하기 위한 짧은 추천 문구였습니다. 그 문구를 보고 있으면 책의 내용이 너무나도 궁금해지는 것이 꽤 훌륭한 판매 전략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어떤 책에 붙어있는 쪽지에는 '언니 책' 이라고 딱 세글자 적혀있는 쪽지도 있었는데 언니가 누굴까.. 그 언니는 이 책을 읽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하고 책을 읽어보고 싶더라고요. (격렬하고 강렬하게 파는 그 어떤 행위보다 몇 배는 우아하고 성공적인 세일즈가 아닐까...)
그 와중에 심지어 '언니 책'은 조지 오웰의 <나는 왜 쓰는가?> 였습니다. 안그래도 글을 쓰는 것이 한창 고민인 저에게 마치 운명처럼 그런 책이 손에 잡히게 되다니, 꽤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 도저히 왜 쓰는지 궁금함을 참을 수가 없어서 목차를 훑어 보고 딱 한 꼭지만 읽어보자는 마음으로 책을 집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자기만의 개별성을 지우려는 노력을 부단히 하지 않는다면 읽을 만한 글을 절대 쓸 수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좋은 산문은 유리창과 같다. 나는 내가 글을 쓰는 동기들 중에 어떤 게 가장 강한 것이라고 확실히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어떤 게 가장 따를 만한 것인지는 안다. 내 작업들을 돌이켜보건대 내가 맥없는 책들을 쓰고, 현란한 구절이나 의미 없는 문장이나 장식적인 형용사나 허튼소리에 현혹되었을 때는 어김없이 '정치적' 목적이 결여되어 있던 때였다."
언젠가 글감이 넘치고 영감이 넘치는 사람들을 보면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부럽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아마도 그런 글은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가 아니라 '글을 왜 쓰는지 명확해서' 좋은 글이 되지 않았나 싶네요.
'왜?'라는 질문은 이래서 무섭습니다. 그 질문에 대답하려면 본질을 설명해 내야 하고, 나만의 기준을 질문자가 납득할 수 있게 설득해내야 합니다. 그럼 제가 '왜' 여기에 글을 쓰고 있는지 질문을 한다면 무슨 대답을 할 수 있을까요. 아마도 그 대답이 지금 당장은 아주 명확하지 않고, 설득력이 있지 않더라도 고민하는 그 과정에 분명 해답이 있을 거라는 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
반대로 '왜 이 글을 읽는가?'에서 시작해도 무언가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왜 읽으시는지 알려주시면 감사하게 양분으로 써 보겠습니다.
양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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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책' 다음으로 가장 눈에 들어왔던 책은 <살짝 웃기는 글이 잘 쓴 글입니다> 였습니다. 무슨 내용일까 너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