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안녕하세요. 양입니다.
넷플릭스에서 <맨 끝줄 소년>을 봤습니다. 별 생각 없이 함 봐볼까~ 했는데 드라마 내용과 상관없이 '글쓰기'가 소재로 쓰였다는 것이 꽤 흥미로웠습니다. 요즘 제가 글쓰기에 고민이 많다보니 더욱 그랬고요.
드라마 속 인물인 김수훈(허준호)이 허문오(최민식)에게 '할 얘기가 없으면 그냥 안 해도 되지 않나?' 라고 하는 말이 가슴에 꽂히기도 했습니다. 허문오에게 오래도록 콤플렉스가 되었던 그 한 마디가 순진하게 드라마를 보고 있던 저에게 뼈를 때리는 말이 될 줄은 몰랐죠. '할 얘기가 없으면 굳이 레터를 쓸 필요가 없는 건데, 그래도 괜찮지 않나?' 같은 독한 말로 돌아오는 겁니다.
글을 잘 쓰려면 할 얘기를, 그러니까 글감을 열심히 찾아야하는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다만 저는 글감을 찾는 노력은 하지 않고 글감이 많은 사람을 부러워 하고만 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마침 최근에도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사람이 부럽다고 하는 저의 단순한 생각을 '왜 글을 쓰는지'에 대한 고민으로 바꾸는 이야기를 했죠. 그런데 우연히 본 드라마에서 '하고 싶은 말이 없으면 쓰지마'라는 메시지가 보이니 또 눈알이 뒤집혀 버리는 거죠. 그거 아닌데!
마침 허문오는 그런 이상한 메시지에 사로잡혀 허상과도 같은 하고 싶은 말, 그러니까 '특별한 이야깃거리'를 찾아 헤매느라 파멸적인 행보를 이어나갑니다. 사실 허문오는 정답을 알고 있습니다.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특별한 이야깃거리'라는 것을요.
허문오가 고아원에 있던 어린 이강과 우연하게 '첫 이야기 수업'을 하는 장면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마음이 굳게 닫혀 있던 이강은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오리이야기를 허문오에게 들려주며 심리적인 상처를 이겨내는 경험을 했습니다. 이야기에는 이런 힘이 있다는 걸 허문오도 당연히 알고 있었을 거고요.
다만 허문오도 마음이 굳게 닫힌 상처입은 어른이었다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덕분에(?) 어린 이강의 소중한 이야기를 '특별할 것 하나 없는 구질구질한 이야기'라고 말하죠. '하고 싶은 말이 없으면 쓰지말라'는 말과 함께 이 드라마를 견인하는 결정적인 메시지입니다. 상처 많은 선생과 상처 많은 학생의 지독한 글쓰기 수업은 그렇게 파멸적으로 끝이 납니다.
글쓰기란 대단하고 특별한 무언가를 밖에서 찾아 헤매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작고 평범한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마주하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심리상담을 통해 겪는 한 개인의 심리 치유의 길이 이와 굉장히 비슷하다는 것도 이 드라마를 보면서 느낀 소중한 감상이고요.
'하고 싶은 말'은 억지로 쥐어짜내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자연스럽게 발견하는 것임을, 글을 쓰는 것도 상담을 하는 것도 이렇게 우연한 기회에 가르침을 받게 되네요. 역시 배움엔 끝이 없습니다.
양 드림.
여전히 심리상담 혹은 심리검사 신청이 가능합니다. 언제든 편하게 신청해주십쇼!
지난 레터에 올려둔 남미의 뜨거운 플레이리스트가 꽤 반응이 좋아서 지금까지 소개했던 일본 음악과 더불어 몇가지 좋아하는 곡을 추가해 더욱 끈적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본의 7-80년대 사운드로 채웠고, 다소 톤이 다운 된 음악들로만 구성했으니, 더운 여름밤에 틀어 두시면 아주 차분한 밤을 보내시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