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도 편집할 수 있다면 Newsletter Issue 106 14 Jan, 2022 ∙ 1438 Subscribers 최근 밀린 영상편집 작업을 많이 합니다. 필름디렉터를 업으로 하려는 마음이 점점 커져 이제는 확신이 됐으니 당연한 것 일지도 모르겠군요. 얼마 전에는 새해 첫날 만난 친구들을 찍은 영상을, 앞으로 할 영상에세이 콘셉으로 연습 삼아 편집해보기도 했습니다. 훈련은 배신하지 않으니까요. 물론 영상 목적은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편집을 하다보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내 인생도 편집하고 싶다. 물론 기쁘고 환희에 찬 순간은 아닙니다. 힘들고 우울한 컷들이죠. 이런 심리를 모티브 삼은 영화 <클릭>도 있죠. 제가 느낀 영화의 메시지는 편집된 삶은 충만하지 않고 공허하다는 것이었죠. 마땅한 교훈이죠. 당연합니다. 삶의 진정한 매력을 비워두는 것이겠죠. 그럼에도 편집하고 싶은 삶의 시기가 있습니다. 어르신들 말처럼 지나가면 아무것도 아니고, 언젠가 돌이켜보면 별일 아니란 걸, 그 시기가 성장의 뿌리가 될 것이란 걸 알면서도요. 그런데 아직 지나고 있을 때는 참 별일입니다. 조금 과장하면 삶의 전부처럼 느껴집니다. 그 일이, 그 서사가 삶을 움켜잡고 흔드는 거죠. 그래서 그 시기가 길어지면 이 부분을 삶에서 조금이라도 잘라낼 수 있다면 하는 마음이 피오릅니다. 결말을 알면서도 자처해서 파우스트가 되고 싶은 겁니다. 흥미롭게도 남에게 얘기할 때는 자연스럽게 그 서사가 편집됩니다. 말, 글, 예술 등 모두 그렇죠. 어느 정도는 가능할테지만 내가 겪은 감정과 경험의 모든 프레임을 온전히 전달하는 건 불가능 할테죠.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어떨까 생각해봤습니다. 우선 다채로운 개별적 감상과 영감은 발생하지 않을 겁니다. 상상력의 차단이라… 벌써 재미없는 세상 같군요. 또한 그 사람의 감정의 흐름을 있는 그대로 초마다 온전히 편집없이 느낀다면 버거울 것 같습니다. 너무 벅차서 혹은 너무 마음이 저며서 그 자리에서 다 듣는 게 쉽지 않을테지요. 그러고 보면 오직 나만이 편집되지 않은 삶의 원본을 알고 있습니다. 살아있는 무한 용량의 하드디스크랄까요. 모두 화이팅! 반면 행복한 순간은 어찌도 빨리 지나가는지 저속으로 한없이 늘리고 싶습니다. 한 프레임이라도 잊지 않고 싶지 않은 겁니다. 참 교활한 마음입니다. 어느 노인의 말이 떠오릅니다. “이제 괜찮은데 여든이네.” +정신을 얻다 두고 다니는지 지난주에도 <단편극장> 영화 제목을 수정하지 않고 발송했어요. 같은 실수를 두 번을 했네요. 미안합니다. 다시 한번 혼란스럽게 해드렸다면 사과드립니다. 호랑이의 해, 콘푸로스트 기운으로 정신차리겠습니다. +새해를 맞이해서 새로운 콘텐츠가 시작됩니다. 우선 5회 연재로 주제는 위스키입니다. 담당하는 제준혁 님에게 소개글을 부탁하니 이렇게 왔습니다. 'Withwhiskey: 위스키를 킁킁대는 아저씨가, 위스키를 가지고 여러가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도큐 season & work 1. Food by Withwhisky 위스키. 그냥, 마시고 싶은 거 마셔요
추천과 가성비에 휘둘리지 않는, 편견과 독단과 함께하는 위스키 라이프 2. Music by 을지로 도시음악 Out
Of Time by The
Weeknd 3. Movie by 단편극장 Alternative
Math 4. Novel by 단편서점 킬러, 조 기자(1부, 14/16회) 5. Event by season & work 창업자 인터뷰, <상인의 시간> 청년 경제 강연, <나는 왜 돈이 없을까> Food by Withwhisky 위스키. 그냥, 마시고 싶은 거 마셔요
추천과 가성비에 휘둘리지 않는, 편견과 독단과 함께하는 위스키 라이프 5년 전만해도 사람들 사이에서 위스키는 그냥 양주였고, 으레 「폭탄주」「단란주점」「성매매」같은 부정적인 단어들과 함께, 모자이크 된 채로 뉴스 자료화면에
나오고는 했죠. 하지만 워라밸이라는 바람과 코로나라는 돌풍을 겪으며 생각보다 빠르게, 왁자지껄한 회식보다 집에서 마시는 가벼운 한잔이 대세가 되었고,
어느샌가 위스키가 우리 일상 속 풍경의 하나로 자리잡았습니다. 더 이상 술이 취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음미하기 위한 목적 그 자체가 되었다는 점에서, 위스키가 많은 분들과 가까워
진 건 정말 기쁜 일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스키는 비쌉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더.
기껏 비싼 돈 주고 한 병 들여왔는데, 뭔가 아니다 싶을 때 느끼지는 깊은 빡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거에요. (심지어 와인이나 맥주처럼 “원나잇”으로
끝나는 관계도 아니야…) 그래서 그런지 위스키는 고수(?)들이 추천하는 “대세 위스키”를 알고자하는 욕망을 주체하지 못하는 뉴비분들과, (왜인지
모르겠지만 껍데기만 바꿔놓으면 비싸지는) “한정판 위스키”를 사모으(고 정작 마시지는 않)는 고인물이 유독 많은 것 같아요. 정해진 답이 없는 기호의 영역에서, 모순적이게도 남들이 좋아하는
모범답안・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그럴싸함을 좇는다는 점에서 뭔가 본질을 잃은 듯한 느낌. 처음에는 적당히, 돈되는 선에서 이뻐보이는 병을 집어 마셔봅시다.
그게아니라면, 바에 갑시다.
그리고 마셔봐요.
취향과 기호의 영역에 처음부터 답안지를 들이밀지 맙시다.
안그래도 답을 요구받는 사회인데, 흑흑. 제준혁
Music by 을지로도시음악 Out Of Time by The Weeknd 양의 아주 아주 주관적인 감상 이 앨범은
미쳤다. 워낙 좋아하는 아티스트이기도 하지만 70-80년대 음악을
계속 소개해왔던 이 공간에 22년도 노래를
올리게 만들다니. 그동안 이 공간에 시티팝이나 AOR 을 소개하면서
‘세련’ 이라는
말을 많이 썼는데, 이 노래가 바로 시공간을 초월한 세련의 끝이 아닐까. 이번 2022년 신보 [Dawn FM]은 레트로의
정점을 보여준다. 제목부터 라디오다. 그 중
이번에 소개하는 <Out Of Time>이 압권이다. 아란 토모코의 3집 [浮遊空間]에 수록된 곡 <Midnight Pretenders>를 샘플링했다. 시티팝을 샘플링 하다니. 너무 반가워버리는
것이다. 거의 그대로 샘플링했다고 봐도 무방한데, 전반적으로 마스터링을 만진 듯 하고 비트 사운드와 베이스 사운드를 조정한 듯 하다. 특히나 아란 토모코의 목소리로 ‘Pretend’가 에코로 울리는데… 예술이다.. 게다가
직전 트랙인 <A Tale By Quincy>도 주목해야 한다. 소울 펑크의 전설 퀸시 존스가 나레이션으로 참여했다. 퀸시의 어린시절을 이야기하는 나레이션 내용은 <Out Of Time>의 가사 주제이기도 하다. 나레이션
아래로 <Out Of Time>과 같은 톤과 스케일의 연주가 잔잔하게 깔리는데, 그 연주와 사운드가 진짜 일품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전주가 이어지는데 정말 그 연출이 미쳤다. 오랜만에
너무 흥분한 것 같다. 진짜 이번 앨범은 릴리즈 이후로 하루에 세 번도 더 듣는 중이다. 이런 저런 부연 설명 보다는 그냥 라디오 듣듯이 즐겨 들으시길. 양의 아주
아주 짧은 인스턴트 지식
The
Weeknd. AKA주말형. 본명은
Abel Makkonen Tesfaye. 캐나다 출신이다. 90년생으로 생각보다 나이가 많다. (형이 아니네;) 2016년에 Daft
Punk형님들이 피쳐링한 곡 <I Feel It Coming> 때문에 주말형을 알게 됐는데, 그때 등장한
신예인 줄 알고 있어서 나이가 한 20대 중반
즈음 됐나~ 했는데 말이다. 원래 예명은
the Noise / Kin Kane 등을 사용했는데, 처음 만난 프로듀서의 제안으로 The Weekend 라고 예명을 확정 짓는다. 하지만
이미 같은 이름의 상표가 있어서 E를 뺐다고. 특이하게
유튜브에 자기가 만든 곡을 그냥 업로드 하면서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뮤지컬 제작을 기획 중이던 프로듀서가 유튜브에서 그의 음악을 듣고 함께 작업하길 제안하면서 본격적으로 앨범작업이
시작됐다. 이후 스튜디오 앨범을 만들기 전까지 총 세 장의 앨범을 작업하는데, 순서대로 [House of Balloons], [Thursday], [Echoes
of Silence] 라는 타이틀로 유튜브에 무료로 공개 된다. 이 작업들은 약 2년에 걸쳐서 준비되어 2011년에 모두
공개되었다. 2012년에 본격적으로 스튜디오 앨범을 내기 시작했고, 그 첫 앨범은 [Trilogy]. 앞서 언급한
세개의 앨범을 묶은 앨범이다. (시작부터
스토리 지리네…) 모든 수록곡을 리마스터링 했고, 각 앨범마다
신곡을 추가해서 총 세 개의 신곡을 발표한 셈. [Trilogy]는 아는 사람만 알던 주말형의 인디시절 앨범들을 순식간에 대중화시켰고, 미국 빌보드에서 4위 캐나다
빌보드에서 5위에 안착한다. 이후 행보부터는 유명 가수들의 피쳐링도 받고, 상업적인 과정을 거쳐 지금의 주말형이 되었다. 나쁘다는 뜻이 아니다. 그의 색깔을
아주 정교하게 유지하면서도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참고로 주말형은 뮤비도 재밌다. 게다가
이렇게나 영향력 있는 대중가수가 레트로 사운드를 즐겨 사용하니 나는 너무 좋아버릴 수밖에. [Dawn FM] 이번 앨범은 심야 라디오 컨셉으로 전곡 부드럽게 이어지게 듣는 것이 포인트다. 1초도 버릴 사운드가 없다. 양 season & work Movie by 단편극장 에이비의 감상 노트 나는 여행을 싫어한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은 꽤나 의외라는 반응이다. 늘 주거 문제로 골치 아팠던 내 삶이라 그런가? 어렵게 구한 집을 놔두고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왜 먼 곳으로 가서 고생을 해야하는지 나는 잘 공감을
못한다. 그런 내가 갑자기 여행을 떠나고
싶어할 때가 있는데, 내가 스스로 비워졌다고 느낄
때다. 평화로운(?) 월요일. 초등학교 수학 교사가 아이에게 2+2가 뭐냐고 묻는다. 아이는 조금 고민하다가 22라고 대답을 한다. 교사는 아이에게 답이 틀렸음을 알려주는데, 다음날 학부모가 교사에게 찾아와서 항의를 한다. 왜 2+2의 답은 22가 맞는데 왜 아이에게 틀렸다고 말했냐고. 당황한 교사. 그런데 상황이 이상하다. 주변 사람들, 학교 교장 심지어 이거 때문에 법정까지 간다. 2+2의 답은 22라고. 앞의 나의 이야기만 들으면 이번 뉴스레터는 신카이 마코토(Makoto Shinkai) 감독 작품처럼 따뜻하고 편안한 영화를 소개할 것이라 생각한 분들도 많았을 것이다. (영화 내용 잘 못 쓴 거 아닙니다 여러분!) 이 영화에서 사람들은 왜 2+2가 22라고 주장하고 믿는 것일까? 분명 본인들도 2+2가 4임을 알 것이다. 그러나 아이는 자신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싶어서, 학부모는 자신의 아이가 똑똑하다고 믿고 싶어서, 학교 교장은 처음에는 일을 조용히 넘어가고 싶어서, 영화 마지막에는 학교를 홍보하고 싶은 목적을 위해서. 이렇게 주장하면 편하고 이득이 되니까 이런 2+2가 22이라는 말도 안되는 사실에 힘이 실리는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에 교장이 퇴직금 계산을 2,000달러 더하기 2,000달러는 4,000달러라고 정확히 계산을 하자, 교사가 그들의 셈법에 따라 22,000달러를 달라고 했더니 교장이 당황하는 것처럼, 이 영화는 힘들다고 현실 혹은 진실에서 눈을 돌리지 말라고 단순하고 강한 메세지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여행 좋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이 지금 당장 현실에서 도피하는 그런 여행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도망가는 여행이 아니라 마음을
채우는 여행이 되길 바란다. 여행자라 하면서 도망자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에이비의 영화 포스트잇 감독인 데이비드 매독스(David
Maddox)는 2007년 <The Box>라는 단편 작품으로 그해 제 40회 휴스턴 국제영화제에서 백금상을 수상하면 크게 이름을 알렸다. 그 뒤로 작가, 조연출, 에디터 등의 다양한 포지션으로
할리우드 밥벌이를 하고 계시는데, 아쉽게도 단편 몇 편은 있지만 아직 장편 메가폰을 잡은 작품은 없다. 그래도 데이비드 매독스의 홈페이지를 보면 광고 촬영부터 다양한 활동들을 많이 하시니 팔로우 하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에이비 Novel by 단편서점 킬러, 조 기자 prologue: '킬러 조의 탄생' 1부: 14/16회 “...발터PPK. 영화 007에서 제임스 본드가 사용하는 총과 똑같은 모델이죠. 용희 씨는 군대에서 어떤 권총을 쏴보셨나요? K-5 아니면 콜트?” 할아버지가 선물로 준 권총은 살펴보던 남자가 물었다. “K-5요. 아니, 근데 제 이름은 어떻게 아시는 거죠? 제가 말씀드리지 않은 거 같은데.” 내가 말했다. 나름 심각하게, 하지만, 남자는 아이들의 투정을 상대하는 간호사처럼 내 말에 하나도 흔들리지 않았다. “전 김원진이에요. 이러면 됐죠?”
남자는, 아니 원진은 깜빡했었다는 듯, 명함 지갑에서 자신의 명함을 꺼내서 내게 건넸다. 명함에는 그의 이름 ‘김원진’ 세 글자만 적혀있었다. 연락처, 이메일도 없었고, 소속과 직급도 적혀있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이 총의 제원을 설명했고요. 이제는 사용법에 대해서 알려드릴게요. 간단한 건 다 아실 테니까, 기능 고장 처치법과 총기분해 및 재결합 방법 정도 알려드리죠. 먼저 사격부터 해볼까요? 원진은 자기의 등 뒤를 가리켰다, 그의 등 뒤, 멀리에는 사격표적지가 있었다. “여기서 쏘라고요?” 내가 물었다. “아, 너무 시끄러울 것 같네요. 제가 이거 드릴게요. 선물.” 원진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소음기에요. 서울 같은 도시에서 갑자기 총소리가 들리면 사람들이 많이 놀랄 수 있잖아요.”
집에 다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오후 7시가 넘었다. 저녁을 아직 안 먹었고, 배도 고팠지만, 이상하게 밥 생각이 나지 않았다. 온몸에 찝찝함이 남아서 당장 샤워부터 하고 싶었다. 하지만, 동시에 찾아온 피곤함도 무시할 수 없었다. 나는 상자를 다시 침대 밑으로 미뤄놓고, 손부터 씻었다. 서울극장 907호를 나오고 내 손으로 수많은 물건을 만졌지만, 아직도 총기의 감촉과 총알의 탄 매가 손에 남아있는 것 같았다. TV도 켜지 않고, 스마트폰을 어딘가로 던져놓고는 외출복 상태로 침대에 몇 분인가를 계속 누워있었다. 그 상태로 조금 전까지 함께 있었던 남자, 원진이라는 사람이 한 말을 몇 번이고 다시 되뇌었다. +글소개: 29살 조 기자의 성장형 액-숀 활극. 최현승 킬러, 조 기자 prologue: '킬러 조의 탄생' ![]() LIVE 청년 경제 강연 <나는 왜 돈이 없을까> 01 - 이선호 과학커뮤니케이터 / 6.28(월) "4차 산업혁명이 온다는데 온 거야 만거야" 02 - 김얀 작가 / 7.1(목) "사회초년생! 오늘부터 '돈'독하게 모아보자!" 03 - 김찬호 교수 / 7.5(월) "나는 왜 돈이 없다고 생각할까?" ![]() 창업자 인터뷰 <상인의 시간> 01 - 유형곤(우리동네세탁소) / 7.8(목) 02 - 조수형(싸군마켓) / 7.12(월) "파도가 칠 때는 업종변경을, 유통의 힘" 03 - 홍미선(땡스롤리) / 7.15(목) "시장에서 온라인 판매를 하면" 04 - 코보리모토무&최영미(시:시밥) / 7.19(월) "두 사업자가 만나면" 05 - 장건희(육곳간) / 7.22(목) "이 시국에 정육점에서 소세지집까지 사업 확장" *해당 날짜에 업로드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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